한국 언론 보도에서 인용되는 인물 가운데 여성의 비율이 10명 중 3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언론노조 성평등위원회는 오는 3월8일 ‘세계 여성의 날’을 앞두고 ‘젠더보도 가이드라인 및 성소수자 인권보도 준칙 준수 실태 조사’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김수아 서울대 교수 연구팀은 경향신문 등 일간지와 지상파·종합편성채널·연합뉴스TV 등 언론사 18곳을 대상으로 지난해 8월13일부터 9월30일까지 보도된 기사 가운데 취재원 및 인용자가 많은 기사 520건을 선정해 분석했다. 그 결과, 기사 본문에 인용된 여성 취재원 비중은 27.2%로 집계됐다. 남성 취재원 비중은 이보다 두 배 이상 높은 62.5%에 달했다. ‘익명 관계자’는 7%, ‘알 수 없음’은 3%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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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분야별로도 차이가 나타났다. 여성 취재원 비중은 사회면과 문화면에서 상대적으로 높았고 정치·경제면에서는 낮았다. 정치 영역에서 인용된 인물 중 여성 비율은 17.9%, 경제 영역에서는 16.1%로 6명 중 1명 꼴이었다. 정치 분야에서 인용되는 여성은 주로 공직자나 정부 관계자, 국회의원 등의 주요 인사인 경우가 많았다. 사회 분야에서 여성 비율은 30.4%, 문화 분야에서는 30.1%였다. 연구진은 젠더폭력 사건이나 가족 관련 보도에서 여성 인터뷰가 많이 등장한 영향으로 분석했다. 성평등위원회는 이러한 결과가 여성의 목소리가 특정 영역에만 제한적으로 등장하는 언론 보도의 구조적 편향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트랜스젠더와 젠더 논바이너리 등 성소수자가 인터뷰 대상으로 등장하는 비중은 더욱 낮았다. 전체 인물 인용 1638건 가운데 성소수자가 인용된 사례는 4건(0.2%)에 불과했다. 사회면 2건, 문화와 스포츠면 각각 1건이었다. 정치·경제·국제 분야에서는 한 건도 없었다. 김 교수는 “한국 사회의 문화적 맥락에서 커밍아웃하고 활동하는 성소수자가 극히 적다는 점과 관련이 있다”며 “보수적 문화와 사회적 차별의 영향이 강력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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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 관련 이슈 자체가 뉴스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낮았다. 분석 대상 기사 520건 가운데 젠더 관련 주제를 다룬 기사는 40건으로 7.7%에 그쳤다. 대부분 사건·사고나 젠더 기반 폭력, 가족 관련 사안에 집중됐고 경제·노동·부동산 등 다양한 영역에서 젠더 관점을 다룬 사례는 드물었다.
김 교수는 “여전히 우리 언론에서 더 많은 여성과 소수자의 목소리가 필요하다는 지표”라면서 “의도적으로 인식해 발굴하지 않으면 관행적으로 남성 취재원이 더 많이 채택되는 경향이 있기에 현장의 의식적 노력이 필요하고, 다양한 영역에서 다양한 인물들이 취재원으로 등장하도록 취재 기획 단계에서부터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최서은 기자 cielo@kha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