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조선·철강 등 노동조합이 가입해 민주노총 산하 최대 산별노조인 금속노조가 올해 임단협에서 인공지능(AI)을 의제화하기로 했다. AI 기술이 노동자의 고용안정과 노동안전, 인권, 개인정보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활용되도록 사측에 정식으로 요구하겠다는 것이다.
글로벌 첨단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하면서 기업들은 공장 자동화 등을 위해 경쟁적으로 AI로봇을 도입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2028년 미국 조지아주에 설립할 공장에 ‘아틀라스’ 로봇 투입 계획을 밝혔다. 현재 대당 2억원 정도인 아틀라스는 1년 유지비 1400만원을 더하더라도 24시간 가동이 가능해 연봉 1억원인 노동자보다 효율이 2배 이상 높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 혁신이 노동자들로서는 반갑지 않다. 힘들고 위험한 업무를 AI로봇이 수행함으로써 산업재해가 줄어드는 등 긍정적 면이 있지만, 임금이 삭감되거나 일자리 자체가 줄어들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전화상담실 직원을 AI로 대체하는 과정에서 노조가 파업에 나서고 새내기 변호사와 회계사들이 AI 때문에 구직난을 겪듯이 인간과 AI의 일자리 경쟁은 이미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금속노조가 지난 3일 대의원대회에서 의결한 ‘AI 도입 시 노동인권 및 고용보호’ 요구안을 보면, 회사가 AI 기술을 도입할 땐 사전에 노조에 알리고, AI 도입이 고용 및 노동조건에 미치는 영향을 노사가 합동으로 사전 평가하도록 했다. AI를 이용해 수행하는 업무 범위 및 권한, AI가 수집하는 조합원의 업무·인사 정보의 종류와 범위 등도 공개하도록 했다. 인사관리에 AI를 활용할 때는 사람이 최종 검토하는 단계를 마련하도록 규정했다.
AI발 일자리 쇼크가 현실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계의 이런 요구는 당연하다. AI로봇 도입이 노동자의 노동조건이나 노동환경에 엄청난 변화를 초래할 것이 확실한 만큼 현행 노사 합의 절차에 따라 노동자의 의사가 충분히 협의·반영돼야 한다. 헌법은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고 돼 있고, 노동조합법은 노조가 조합원을 위해 사용자와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렇다고 AI로봇 거부나 반대가 능사는 아니다. 19세기 영국 노동자들의 기계파괴운동(러다이트)이 실패로 끝난 것처럼, AI가 인간의 노동을 줄이거나 대체하는 역사의 수레를 피할 수는 없다. 결국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상생 방안을 찾고, 이달에 재가동되는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도 이 문제를 핵심 의제로 상정해 사회적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
현대차그룹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