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코스피 지수가 급락 마감한 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등 종가가 표시돼 있다. 성동훈 기자
중동 전쟁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4일 코스피가 이틀째 폭락했다. 코스피 낙폭과 하락률 모두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공포지수도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 공포가 시장을 집어삼킨 하루였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698.37포인트(12.06%) 내린 5093.54에 장을 마쳤다. 하락률은 ‘9·11 테러’ 발생 다음날인 2001년 9월12일의 최고치 12.02%를 뛰어넘었다. 낙폭 역시 역대 최대치(452.22포인트)를 찍은 전날 기록을 하루 만에 경신했다. 이틀 낙폭이 1150.59포인트에 달한다. 코스닥도 159.26포인트(14%) 급락한 978.44에 장을 마치며 역대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이날 폭락한 양대 시장에 모두 사이드카가 발동됐고, 거래를 20분간 중단시키는 ‘서킷브레이커’도 발동됐다. 두 시장에서 이날 하루에만 672조원이 넘는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환율도 전 거래일보다 10.1원 오른 1476.2원으로 급등했다.
호르무즈 해협 통과 원유선 운임이 보름 만에 3.3배 뛰고, 국제유가가 심리적 저항선인 배럴당 100달러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와 대외 불안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문제는 전 세계가 공통적으로 이란 사태라는 돌발 변수를 맞았지만 충격파가 한국에서 가장 심했다는 점이다. 중국 상하이종합(-0.98%), 일본 닛케이(-3.61%), 대만 가권(-4.35%)의 하락률을 뛰어넘는다. 지정학적 리스크에다 그간 상승률 전 세계 1위 급등세에 따른 ‘고점 부담’ 심리, 누적됐던 ‘빚투 자금’의 대규모 청산 등이 더해졌을 수 있다. 하지만 반도체 호황과 수출 증가세가 여전히 유효하고, 기업들 실적을 볼 때 코스피 5000 부근에서 저점이 형성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수많은 경제적·심리적 요인으로 움직이는 주가를 예측하는 건 ‘신의 영역’이다. 과도한 공포를 벗어나 냉철하게 시장을 분석하고 대응하는 게 관건이다. 그러기 위해선 정부와 통화당국의 기민한 대응으로 금융 불안이 실물경제에 전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중동발 유가 상승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에너지 공급망을 다양화하고, 환율 상승 대응력을 점검해 변동성을 줄여야 한다. 중소기업 대출과 보증을 연장해 피해를 막기 위한 정부 지원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개인 투자자도 섣부른 낙관이나 공포에 기대 부화뇌동하지 말고 신중한 투자에 유념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 가계와 투자자의 냉철함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