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보다 ℓ당 100원가량 올라
4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휘발유를 비롯한 유류 가격이 표시되어 있다. 연합뉴스
“엊그제만 해도 1658원에 팔다가 오늘 1800원에 팔고 있다. 하루 만에 100원 인상되는 게 납득이 가겠나. 만약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가 되면 시중가로 2700~2800원 할 텐데 소비자가 감당할 수 있겠나. 주유소도 다들 비상 상태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A씨는 4일 “소비자들이 주유소만 욕하는데, 정유사가 국제 유가가 올랐다면서 가격을 올리니 어쩔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에 따라 국제 유가가 급등한 가운데 국내 주유소 경유와 휘발유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서울 강남구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B씨는 이날 오전에 이어 오후에도 가격을 올렸다. B씨는 “주변 주유소들이랑 경쟁해야 하기도 해서 매입가를 다 반영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100~150원 정도 미반영 상태인데도 이 가격이다. 내가 생각해도 너무 큰 폭으로 변동되니까 조심스러워 다 반영을 못하고 조금씩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를 보면, 이날 오후 6시 기준 서울 지역 평균 경유 판매가는 ℓ당 1804.05원으로 전날보다 96.62원 올랐다. 서울 평균 경유 판매가가 1800원대를 기록한 건 2023년 1월5일 이후 약 3년2개월 만이다. 전국 평균 경유 판매가는 전날보다 94.23원 오른 ℓ당 1728.85원이었다.
휘발유도 급상승했다. 서울 평균 휘발유 판매가는 전날보다 ℓ당 54.08원 오른 1842.55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지역 휘발유 판매가가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전국 평균 휘발유 판매가는 ℓ당 54.48원 오른 1777.52원이었다.
중동 사태 발발 전인 지난달 28일 서울 지역 평균 경유 판매가는 ℓ당 1664.21원이었다. 휘발유는 1749.65원이었다. 불과 4일 만에 각각 8.4%, 5.3% 상승한 것이다.
정유업계는 국내 주유소 가격을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해 적용한다고 설명한다. 이에 따라 국제 유가는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반영되는데, 정유업계는 최근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환율도 상승세를 보여 가격을 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가격은 주유소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한다”며 “보통 시기적으로 월말에 기름을 많이 채워서 월초에 가격을 올리는데 이번에는 중동 사태까지 겹쳐 상승 폭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