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봄의 문지방 안에 한 발만 들여놓은 것 같은 날이었다. 아침엔 추웠고 낮엔 기온이 올랐다. 기온이 올라도 바람이 차가웠으니 포근하다고 하기도 어려웠다. 햇빛 아래에서는 ‘따뜻한가?’ 싶었고 그늘에선 ‘아직 춥네’ 하는 그런 날이었다.
봄을 찍고 싶어 나왔지만, 아직은 이르다는 걸 금방 알게 됐다. 새싹을 찾아 서성이다 청계천 돌다리를 건너는 부녀를 만났다. 아이는 아빠 손을 뿌리치며 혼자 건너겠다는 몸짓을 했다. 거리가 있어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상황은 충분히 읽혔다.
‘아장아장’은 벗어났고 ‘성큼성큼’은 아직인 그 걸음으로 돌 사이 간격을 살피며 한 발씩 옮겼다. 중심이 잠시 흔들릴 때마다 옆에 선 아빠가 허리를 굽혔다. 손은 아이 가까이에 머물렀다. 붙잡지는 않았지만 언제든 닿을 수 있는 거리였다.
봄은 거기에 있었다. 봄은 꼭 꽃이 피는 일이나 사람들의 옷차림에서만 오는 것은 아닌가 보다. 눈 녹은 물, 덜 매서운 바람, 조금 길어진 해 덕분에 봄에는 많은 것이 자란다. 봄은 아이의 걸음도 한 뼘쯤 더 늘려주겠지. 어쩌면 봄은 저 아이의 다음 걸음을 이미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