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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식

입력 2026.03.04 19:59

수정 2026.03.0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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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진의 시골편지]입학식

한번은 젊은 학승 임제가 대우란 법명을 지닌 큰스님께 찾아가 난해한 질문들을 쏟았대. 아무 대꾸도 없던 큰스님이 아침에서야 이르길 “노승이 산중 초막에 살며 적적한 마음에 하룻밤 쉬다 가라 했을 뿐. 간밤에 내 앞에서 부끄럼도 모르고 냄새나는 방귀를 그리 뀌어댔더란 말이냐. 요런 고얀 놈~” 하면서 방망이를 번쩍 들어 내리칠 기세. 둘은 이후에도 두어 번 설전을 벌였는데, 마침내 큰스님이 임제를 제자로 받아들였대. “내가 혼자 초막에 살며 인생을 헛되이 보내려다 뜻밖에 오늘 한 아들을 얻었도다.” 임제는 이후 십여년 큰스님을 시봉하면서 득도했다지. 제자가 되려고 기를 쓴 임제 선사의 노력. 좋은 스승을 만나면 꽉 붙잡아야 해. 절대 놓치지 말아야지. 몰라보고 물러서면 저만 손해야.

세상이 이리 캄캄한 까닭은 좋은 스승이 드물기도 해서겠지만 제자됨의 노력과 겸양 또한 없는 게 사실이다. 입학식의 설렘과 두려움, 배움의 자세를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

오늘 동네 꼬마애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날, 인연지기들 모여서 축하하고 밥상을 나눴다. 돈이 많지 않은 줄 어떻게 알았는지 아이는 고기보다 누룽지가 고소하다면서 남김 없이 씩싹 비우덩만. 나 어려선 초등학교라 부르지 않고 ‘국민학교’라 했다. 일제 잔재라 하여 초등학교로 이름이 결국 바뀌었는데도 상당 기간을 초등이란 말이 입에 붙지 않덩만. 암튼 국민학교 입학식이 되면 온 동네 주민들이 축하차 학교 운동장이나 강당에 잔뜩 모였다. 코흘리개를 위해 하얀 손수건은 옷핀으로 윗옷에 콕. 형과 언니가 부르는 교가도 얼른 외워 부르고 싶었다. 노랫말따나 아무개 뒷산 또 앞산의 정기를 받고 태어난 줄 그때 처음 들었지. 입학식의 하이라이트는 역시나 짝꿍 배정 시간. 당신은 시방 그날 곁에 앉은 짝꿍의 이름과 얼굴을 기억하는가. 그 아이 냄새나는 방귀조차 그립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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