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은 젊은 학승 임제가 대우란 법명을 지닌 큰스님께 찾아가 난해한 질문들을 쏟았대. 아무 대꾸도 없던 큰스님이 아침에서야 이르길 “노승이 산중 초막에 살며 적적한 마음에 하룻밤 쉬다 가라 했을 뿐. 간밤에 내 앞에서 부끄럼도 모르고 냄새나는 방귀를 그리 뀌어댔더란 말이냐. 요런 고얀 놈~” 하면서 방망이를 번쩍 들어 내리칠 기세. 둘은 이후에도 두어 번 설전을 벌였는데, 마침내 큰스님이 임제를 제자로 받아들였대. “내가 혼자 초막에 살며 인생을 헛되이 보내려다 뜻밖에 오늘 한 아들을 얻었도다.” 임제는 이후 십여년 큰스님을 시봉하면서 득도했다지. 제자가 되려고 기를 쓴 임제 선사의 노력. 좋은 스승을 만나면 꽉 붙잡아야 해. 절대 놓치지 말아야지. 몰라보고 물러서면 저만 손해야.
세상이 이리 캄캄한 까닭은 좋은 스승이 드물기도 해서겠지만 제자됨의 노력과 겸양 또한 없는 게 사실이다. 입학식의 설렘과 두려움, 배움의 자세를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
오늘 동네 꼬마애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날, 인연지기들 모여서 축하하고 밥상을 나눴다. 돈이 많지 않은 줄 어떻게 알았는지 아이는 고기보다 누룽지가 고소하다면서 남김 없이 씩싹 비우덩만. 나 어려선 초등학교라 부르지 않고 ‘국민학교’라 했다. 일제 잔재라 하여 초등학교로 이름이 결국 바뀌었는데도 상당 기간을 초등이란 말이 입에 붙지 않덩만. 암튼 국민학교 입학식이 되면 온 동네 주민들이 축하차 학교 운동장이나 강당에 잔뜩 모였다. 코흘리개를 위해 하얀 손수건은 옷핀으로 윗옷에 콕. 형과 언니가 부르는 교가도 얼른 외워 부르고 싶었다. 노랫말따나 아무개 뒷산 또 앞산의 정기를 받고 태어난 줄 그때 처음 들었지. 입학식의 하이라이트는 역시나 짝꿍 배정 시간. 당신은 시방 그날 곁에 앉은 짝꿍의 이름과 얼굴을 기억하는가. 그 아이 냄새나는 방귀조차 그립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