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0주년 경향신문

“‘부산 돌려차기’ 국가배상금 1500만원” 적절할까…26년째 기준 안 바뀌었다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본문 요약

법원은 지난달 13일 이같이 밝히며 '부산 돌려차기·성폭행 사건' 피해자 김진주씨에게 국가가 1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부실수사로 김씨는 성폭력 피해자 보호 제도의 적용을 받지 못한 채 가해자 이모씨의 위협에 노출됐고, 이씨가 1심에서 낮은 형량을 선고받는 것도 답답한 마음으로 지켜봐야 했습니다.

이러한 고통에도 26년째 바뀌지 않은 배상액 기준 등 제도적 한계로 피해자의 권리는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데요.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부산 돌려차기’ 국가배상금 1500만원” 적절할까…26년째 기준 안 바뀌었다

입력 2026.03.05 07:00

  • 문광호 기자
  • 기사를 재생 중이에요

점(사실들): 여성 폭행 후 성폭행, 징역 20년

선(맥락들): 피해자 나선 뒤에야 성폭력 기소

면(관점들): 26년째 ‘국가배상액 기준 천만원’

부산고등법원 전경,  ‘부산 돌려차기’ 사건 CCTV 영상캡처

부산고등법원 전경, ‘부산 돌려차기’ 사건 CCTV 영상캡처

“당시 김씨의 상태를 보면 성폭력 (피해) 정황이 강하게 의심되지만, 상태를 구체적으로 확인했을 것이 분명한 친언니의 진술을 (수사기관은) 확보하지 않았다. 피해자의 몸에 남아있었을 성범죄 증거를 수집할 기회도 놓쳤다.”

법원은 지난달 13일 이같이 밝히며 ‘부산 돌려차기·성폭행 사건’ 피해자 김진주씨(필명)에게 국가가 1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국가의 잘못을 법원이 인정한 건데요.

일각에서는 이 금액이 김진주씨가 겪은 고통에 대한 배상으로 충분하냐는 의문이 제기됩니다. 부실수사로 김씨는 성폭력 피해자 보호 제도의 적용을 받지 못한 채 가해자 이모씨의 위협에 노출됐고, 이씨가 1심에서 낮은 형량을 선고받는 것도 답답한 마음으로 지켜봐야 했습니다. 이러한 고통에도 26년째 바뀌지 않은 배상액 기준 등 제도적 한계로 피해자의 권리는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데요. 오늘 점선면이 짚어봤습니다.

점(사실들): 여성 폭행 후 성폭행, 징역 20년

부산 돌려차기·성폭행 사건은 2022년 5월 30대 남성 이씨가 부산 서면에서 혼자 귀가하던 김진주씨를 뒤따라가 오피스텔 1층 복도에서 폭행하고, 기절한 김씨를 폐쇄회로(CC)TV 사각지대로 끌고 가 성폭행하려 한 사건입니다.

2심 재판부는 이씨가 무방비 상태이던 김진주씨의 머리를 의도적·반복적으로 가격했고 외관상 위중한 상태였던 피해자에게 성폭력을 행사한 점에서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고, 대법원도 받아들였습니다. 이에 이씨는 2023년 9월 대법원에서 성폭력처벌법 위반(강간 등 살인)으로 징역 20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가 2023년 10월20일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 비공개 출석해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가 2023년 10월20일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 비공개 출석해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선(맥락들): 피해자 나선 뒤에야 성폭력 드러났다

문제는 수사 초기 성폭력 단서가 있었음에도 경찰이 이를 충분히 조사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이씨가 1심에서 살인미수 혐의로만 기소된 이유인데요. 뒤늦게 성폭력 가능성을 알게 된 김진주씨는 범행 증거를 스스로 찾아야 했습니다. 김씨는 2023년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1심 첫 공판 때 검찰이 ‘CCTV 사각지대가 있어 (사건에) 7~8분 정도의 공백이 있다’고 했다”며 “그때 직접 증거를 채취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이씨의 옷에서 김진주씨의 DNA가 검출되면서 항소심은 변경된 ‘강간 등 살인미수’ 혐의로 진행됐습니다. 국가배상 소송의 재판부도 “원고의 반복적인 탄원으로 항소심에서 비로소 공소사실 범죄가 추가됐다”고 밝혔습니다.

수사·재판 과정에서 김진주씨가 2차 가해·보복에 그대로 노출되는 일도 있었는데요. 초기에는 성폭력 피해자에게 적용되는 제도상 보호를 받지 못했고, 법원이 ‘피해자는 당사자가 아니’라며 공판기록 열람을 거절해 민사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신상정보가 가해자에게 노출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씨가 구치소에서 김씨의 주소와 주민등록번호를 달달 외우며 “죽여버리겠다”고 말하고 다녀 김씨는 두려움에 떨어야 했습니다.

1심 재판부가 반성문 제출 등을 감형 사유로 인정한 점은 김진주씨가 피해자 권리를 위해 싸우기로 결심한 계기 중 하나였습니다. 김씨는 2023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를 언급하며 “피해자가 용서하지 않겠다는데 왜 판사가 마음대로 용서하나”라고 했는데요. 가해자 사정을 봐주느라 피해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국가의 2차 가해”라는 질타였습니다.

이는 이번 국가배상 판결에 김진주씨와 시민사회가 한목소리로 환영한 이유였는데요. 김씨는 판결 직후 기자회견에 영상 통화로 참여해 “미래 피해자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판례를 쓰고 싶어서 이 소송을 시작했다”며 “앞으로 저같은 피해자들이 소외당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국가가 잘못을 인정한 만큼 피해자 권리가 보다 적극적으로 보호될 것이라는 기대와 바람이 담겼습니다.

2023년 6월12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고등법원에서 열린 돌려차기 사건 항소심 공판에 시민들이 방청을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2023년 6월12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고등법원에서 열린 돌려차기 사건 항소심 공판에 시민들이 방청을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면(관점들): ‘정신적 고통에 천만원’ 기준, 26년째 그대로

김진주씨가 피해자 권리를 위해 싸우는 과정에서 이미 변화는 시작됐습니다. 그간 피해자들은 검사나 판사가 허가하는 경우에만 형사재판 기록을 열람할 수 있었는데요.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관련 법이 개정되면서 피해자에게 열람권이 생긴 겁니다.

제도상 한계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낮은 손해배상 액수인데요. 김진주씨 측 대리인단장인 오지원 변호사는 점선면과 통화에서 “학교폭력으로 평생 갈 수 있는 트라우마가 생겨도 위자료는 700만원밖에 안 나온다”며 “전반적인 위자료 수준이 너무 낮다 보니 1500만원이면 만족하게 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이송이 지체돼 숨진 임경빈군의 유족에 대한 국가배상금도 1000만원에 불과했습니다.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액은 판사의 재량으로 결정되는데요. 대법원 판례 등에 따르면 고통의 정도, 피해자의 연령·직업·사회적 지위·재산뿐 아니라 가해자의 고의·과실 정도, 범행 동기, 이후 태도 등 가해자의 사정까지 함께 참작합니다. 이번 국가배상 판결 역시 검찰이 항소심에서 공소장을 변경한 점 등을 감안해 김진주씨가 청구한 배상액 5000만원 중 1500만원만 인정했습니다.

판사의 재량에 의존하다 보니 배상액이 일정치 않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실제로 5·18민주화운동 피해자·유족들의 정신적 손해에 대한 국가배상 청구권이 2021년 헌법재판소에서 인정된 이후 관련 국가배송소송이 잇따르고 있는데요. 5·18기념재단과 단체에 따르면 배상액이 법원에 따라 최대 4배까지 차이가 났습니다.

배상액 기준이 달라진 물가 등을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국가배상법 시행령상 기준표에 따르면 정신적 손해배상액의 기준 상한은 1000만원인데요. 이 기준은 1987년 신설 당시 50만원이었다가 1998년 400만원, 2000년 1000만원으로 오른 뒤 26년 동안 바뀌지 않았습니다. 국가데이터처 통계를 보면 그사이 소비자물가지수(2000년~2025년)는 1.85배 올랐고요. 1000만원이면 당시 물가로 짜장면 4000그릇을 살 돈이지만 현재 물가에선 1300그릇만 살 수 있습니다.

형사배상명령 연도별 인용률 통계. 사법연감 갈무리

형사배상명령 연도별 인용률 통계. 사법연감 갈무리

형사배상 제도는 인용률(2024년 28%)이 떨어지고, 가해자에게 민사 손해배상을 청구하더라도 온전히 배상을 받기 쉽지 않습니다. 김진주씨는 이씨를 상대로 제기한 1억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2024년 승소했는데요. 이씨가 배상을 하지 않아 영치금이라도 압류하려면 매번 담당자에게 전화해 잔액을 확인하고, 통장·신분증 사본 등 자료를 팩스로 내야 한다는 답을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김씨가 받은 배상금은 20만원입니다.

‘피해자로 살기에 팍팍하다’는 말로도 부족한 현실인데요.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이번 판결은 형벌권을 독점하고 있으면서 수사를 부실하게 하고 피해자 보호도 방기한 국가에 경종을 울렸다”고 짚었습니다. 김진주씨의 목숨을 건 노력이 아니었다면 국가는 아직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을 겁니다. 잘못이 확인됐는데 아직 국가의 그 누구도 책임을 지거나 사과하지 않고 있고요.

무엇이 바뀌어야 할까요? 김진주씨는 국정감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법부는 피해자를 철저히 ‘(사법절차를) 방해하는 사람’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아무도 지금은 대한민국의 피해자가 되고 싶어 하지 않으실 겁니다. 반성하고 고치셔야 합니다. 국민들이 대한민국의 피해자가 돼도 억울한 일이 없도록 만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하나를 보더라도 입체적으로” 경향신문 뉴스레터 <점선면>의 슬로건입니다. 독자들이 생각해볼 만한 이슈를 점(사실), 선(맥락), 면(관점)으로 분석해 입체적으로 보여드립니다. 매일(월~금) 오전 7시 하루 10분 <점선면>을 읽으면서 ‘생각의 근육’을 키워보세요.

<점선면>의 다른 뉴스레터가 궁금하시다면 구독을 눌러주세요! ▶ https://buly.kr/AEzwP5M


매일 아침 '점선면'이
뉴스의 맥락과 관점을 정리해드려요!

  • AD
  • AD
  • AD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
뉴스레터 구독
닫기

전체 동의는 선택 항목에 대한 동의를 포함하고 있으며, 선택 항목에 대해 동의를 거부해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합니다.

보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보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뉴스레터 구독
닫기

닫기
닫기

뉴스레터 구독이 완료되었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닫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닫기
광고성 정보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닫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