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수 삼성서울병원 이식외과 교수(왼쪽)와 의료진이 인공지능 기반 3D 수술 계획 플랫폼을 활용해 환자의 수술 과정을 논의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인공지능이 유방암 치료를 위한 로봇 수술 과정에서 차량 내비게이션처럼 실시간으로 안전한 절제 경로를 안내하는 시스템이 개발됐다.
삼성서울병원 유방외과 유재민·박웅기 교수, 이식외과 유진수·오남기 교수 연구팀은 로봇 유두보존 유방절제술에 적용하는 인공지능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개발해 다기관 외부 검증을 마쳤다고 5일 밝혔다. 이 연구는 유럽외과종양학회 공식 학술지(European Journal of Surgical Oncology)에 게재됐다.
로봇 유두보존 유방절제술은 겨드랑이 부근을 작게 절개한 뒤 로봇 팔을 넣어 유두와 피부는 그대로 두고 유방 조직만 제거하는 수술이다. 가슴에 큰 흉터가 남지 않아 환자 만족도가 높다.
다만 일반 수술에선 의사가 손끝 감각으로 조직의 경계를 파악할 수 있는 반면, 로봇 수술은 화면에 뜨는 영상에만 의존해야 해 촉각이 전달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었다. 특히 피부 바로 아래 지방층과 유선 조직의 경계를 정확히 구분하기가 까다로웠다. 너무 얕게 절제하면 유방 조직이 남고, 너무 깊게 절제하면 피부로 가는 혈류가 끊겨 피부 손상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인공지능 영상 분석 기술을 활용했다. 수술 중 촬영되는 영상을 인공지능이 실시간으로 분석해 지방층과 유선 조직 사이 경계에 있는 안전한 절제면을 자동차 내비게이션 운전 경로처럼 화면에 표시해주는 방식이다. 모델 개발을 위해 로봇 유방절제술 29건의 영상에서 1996개의 프레임(정지 화면)을 추출한 뒤, 유방외과 전문의들이 각 프레임마다 안전한 절제면을 직접 표시했다. 인공지능 모델은 이 데이터를 학습해 수술 절제면을 자동으로 인식하도록 훈련됐다.
절제면 안내가 적절한지 확인하기 위해 삼성서울병원 내부 데이터를 바탕으로 검증한 결과, 인공지능 모델의 정확도(DSC)는 74.0%를 기록했다. 이어 삼성창원병원에서 시행한 8건의 수술 영상으로 외부 검증을 진행했을 때도 정확도는 70.8%로 유사한 수준의 성능을 보였다.
연구진은 다른 기관, 다른 집도의의 수술 영상에서도 인공지능이 적절한 절제 경로를 안내해 안정적으로 작동한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유재민 교수는 “로봇 유방절제술에서 인공지능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개발하고 다기관 외부 검증까지 완료한 최초의 연구”라며 “인공지능이 수술 중 실시간으로 안전한 절제면을 안내해 수술의 정밀도와 안전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진수 교수는 “간 이식 수술에 이어 유방암 수술까지 인공지능 내비게이션 적용 범위를 넓혔다”며 “향후 다양한 최소침습 수술에 인공지능을 접목해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연구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