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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왜 멈추지 않는가

입력 2026.03.05 20:00

수정 2026.03.05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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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폭격으로 이란 어린이 165명이 한꺼번에 죽었다는 보도는 인간이 자신의 도덕성을 포기했다는 증거다. 그 땅에 태어났단 이유만으로 왜 아이들이 죽어야 하는가. 무의미한 전쟁은 생명의 탄생과 성장마저 송두리째 짓밟는다. 폐허의 건물에서 비어져 나온 아이의 팔은 도착된 문명의 일그러진 모습이다. 지구촌의 지속성을 담보하는 인간 자신의 생명을 파괴한 것이다. 반복된 전쟁은 질병이자 전염병이다. 상대가 자신에게 동화되지 않으면 절멸시켜 자기존재의 우월성을 입증하겠다는 생각은 망상에 불과하다.

전쟁의 정당성은 상대적이다. 승자는 모든 사실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각색한다. 일찍이 철학자 칸트는 이러한 간계를 주도하는 이성을 밝혀 인간을 계몽하고자 했다. 이성적 판단으로 옳음을 결정하는 선한 의지, 인격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삼는 정언명령, 그리고 자신의 도덕준칙이 누구에게나 보편타당해야 한다는 철학적 사유는 한때 각광받았다. 그가 <영구평화론>에서 제시한 세계평화안을 빌려 국제연맹과 국제연합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전자는 해체되고 후자는 껍데기만 남았다. 이란을 침공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국제법이 필요 없다”고 하며, 피터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교전규칙”도 “정치적으로 올바른 전쟁”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국제연합헌장’의 주권평등 원칙과 국제분쟁의 평화적 수단에 의한 해결, 그리고 타국에 대한 무력 사용 금지를 위반하고 있다. 이성은 욕망을 극복하지 못했다.

오히려 철학자들은 이성 자체의 결함을 지적하고 그 냉혹함과 잔혹성을 폭로한다. 감정이나 본능에 좌우되지 않는 이성은 논리나 개념을 구축해 문명을 건설해왔지만, 인간을 억압·통제·지배할 수 있다는 사고체계로 타자를 무자비하게 대한다. 전쟁의 무모함을 알지만 멈출 수 없는 것도 자아의 독선에 복무하는 도구적 이성의 작용 때문이다. 그러한 지도자를 가진 집단은 독일·일본제국처럼 길을 잃고 자기파멸을 초래했다. 집단 간에도 마찬가지다. 최근 인공지능(AI)에 의한 전쟁 시뮬레이션은 그것을 폭로한다. AI 간에는 적을 섬멸하는 최후 수단으로 핵무기를 선택했다. 내면 깊숙이 숨겨진 인간의 집단자살 충동을 AI는 그대로 드러냈을 뿐이다.

모든 전쟁은 여기서 멈춰야 한다. 원한과 복수는 뿌리를 더욱 깊게 내릴 뿐이다. 인류는 쌓여가는 전쟁무기가 가져올 공멸의 현실을 냉철하게 직시해야 한다. 한스 모겐소나 헨리 키신저와 같은 정치현실주의자들은 무정부 상태인 국제사회에서 세력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것은 한없이 선하거나 한없이 악한 인간의 본성과 폭력을 거리낌 없이 사용하는 국가의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인간 및 국가의 정의(正義)는 세계의 갈등과 분열의 원인이다. 불로장생의 영약을 구하던 연단술로 우연히 발명된 화약이 대량살상의 도구로 전환된 역설적인 과정이 바로 그것이다. 윤리 없는 과학이 가세한 조직적이고 제도적인 폭력의 악순환은 문명을 황폐화하고, 지구 환경을 원시 상태로 되돌릴 것이다.

하인리히 뵐의 소설 <아담, 너는 어디에 있었는가>에서 독일군과 러시아군이 서로 다리를 폭파하고 재건하는 장면은 파괴와 건설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전쟁의 공허함과 부조리한 현실을 나타낸다. 전쟁을 막기 위해선 불타는 지옥에서 탈출할 상상력이 필요하다.

악이 진화하는 것보다 선이 한발 더 진화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꽃을 채 피우기도 전에 죽어간 아이들을 대신해 전쟁을 일으킨 자들에게 물어야 한다. “무엇을 위한 전쟁인가”라고. 역사가 증명하듯이 적과 아군에게 극한의 고통만을 가져오는 전쟁의 어떤 목표도 허상일 뿐이다. 우리는 전쟁이 극악무도한 중죄임을 끊임없이 고발해야 한다. 전쟁이 금기어가 되는 날 비로소 인류는 실존의 해방과 공존의 환희를 얻으리라.

원익선 교무 원광대 평화연구소

원익선 교무 원광대 평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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