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경유 평균, 하루 만에 33.4원 뛰어
서울 휘발유 1916원, 경유 1934원 기록
주유소협회 “정유사 공급가격 인상 때문”
정부가 국제유가 상승 국면을 틈탄 가격 담합이나 매점매석 등 불법 행위에 대해 엄정 단속에 나서겠다고 밝힌 가운데 서울 지역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1900원대를 넘어섰다. 사진은 6일 서울시내 한 주유소 모습. 연합뉴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이어지며 중동 지역의 불안정성이 확대된 가운데, 서울 주유소의 휘발유·경유 가격이 1900원대를 넘어섰다.
6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ℓ)당 1856.3원으로 전날보다 22.0원 상승했다.
경유 전국 평균 가격은 하루 만에 33.4원이 오른 1863.7원을 기록, 휘발유 가격을 제쳤다. 경유는 영업용 차량 중심이라 개인 차량 중심인 휘발유보다 유가 변동에 따른 수요 탄력성이 낮아 가격 상승 폭이 더 크게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전국에서 유가가 가장 높은 서울은 휘발유와 경유 평균 가격이 모두 1900원을 넘겼다. 서울 평균 휘발유 가격은 전날보다 27.5원 올라 1916.5원, 경유 가격은 38.9원 상승한 1934.1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가격과 경유 가격이 1900원을 넘어선 것은 각각 3년 7개월과 3년 3개월 만이다.
국내 주유소 판매가는 통상적으로 국제 유가와 2~3주 차이를 두고 반영된다. 중동 등 원유 공급지에서 한국으로 이동하는 시간, 정제 등에 2~3주가 걸리기 때문이다. 국제 유가 상승분을 바로 반영하지 않고 서서히 올리기 위해서 미리 올린 것이라고 해도 지나치게 빠른 반영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 정유업계 일각에서는 기존 유가 인상분이 이란 사태를 만나 급증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간 유가 변동이 계속됐던 터라 인상분을 실제 공급가에 매기지 않고 있다가 이란 사태라는 ‘악재’를 기점으로 인상분 해소에 나섰다는 취지다. 실제 두바이유 가격은 1월2일부터 이란 사태 이전인 지난달 27일까지 60.20달러에서 68.40달러로, WTI(텍사스)원유도 같은 기간 57.32달러에서 67.02달러로 인상됐다.
문제는 기름값이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원유 가격보다 수급 자체가 더 중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 현재로서는 우회 경로, 비축유 활용, 스폿(단발)성 계약 등을 통해 수급에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도 “정제유 가격이 오르는 것은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중동 정세 악화로 운임 상승도 가격 상승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가령 최근 GS칼텍스는 원유 선적용 초대형 유조선(VLCC)를 긴급하게 확보했는데, 항행 비용을 평소보다 2배 이상 높은 2800만달러(약 412억2440만원)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유소 측은 기름값을 급격히 올려 폭리를 취하고 있는 건 절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한국주유소협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주유소는 정유사나 대리점으로부터 석유제품을 공급받아 판매하는 소매 유통업”이라며 “가격 상승의 1차 요인은 정유사의 공급가격 인상”이라고 밝혔다.
협회는 카드 수수료와 금융비용, 인건비 등 운영비를 감안하면 주유소가 실질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가격 범위는 제한적이라며 “단순히 공급가격과 판매가격 차이를 기준으로 ‘폭리’를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 주유소는 저장탱크 용량이 제한돼 대량 물량을 쌓아두는 방식의 매점매석도 구조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정부는 석유류 가격의 과도한 인상으로 시장 교란 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석유류에 대한 재정경제부·산업통상부·공정거래위원회·지방정부 등 범부처 석유 시장점검반을 운영해 이날부터 불법 석유유통 위험군 주유소를 대상으로 특별기획검사를 진행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제8회 임시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에서 중동 상황 점검을 위한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주유소 판매 유류제품에 대해 ‘최고가격 지정’을 검토하라고 관계부처에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국가적 위기 상황을 이용해 다른 사람들의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익을 취해 보겠다는 일들이 벌어지는 거 같다”면서 “객관적으로 심각한 차질이 벌어진 것도 아닌데 갑자기 주유소 유류 가격이 폭등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침, 점심, 저녁 가격이 다르다고 하고 리터당 200원 가까이 올리는 곳도 있다고 한다”며 제재 방안을 강구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