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수사’ 인정받은 부산 돌려차기 피해자 “다른 이의 행운 될 판결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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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지난달 13일 서울중앙지법 민사31단독 손승우 판사는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진주씨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최근 경향신문과 만난 원고 김씨는 "살아 있는 피해자가 수사기관의 부실과 국가의 책임에 관해 묻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기적적으로 살게 된 내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내 불행은 정해졌지만, 다른 사람들의 행운을 만들 수도 있는 판결이 나와서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씨와 함께 국가배상 소송을 제기하고 대리한 오지원·한주현·조윤희 변호사는 "피고인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는 현재의 수사·사법구조가 피해자의 관점을 훨씬 더 반영하도록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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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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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돌려차기’ 사건 부실수사 관련 국가 배상 소송 대리인단의 한주현(왼쪽부터), 조윤희, 오지원 변호사가 25일 서울 서초구 민변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에 앞서 피해자 김진주씨(가명,왼쪽 두번째)의 얼굴을 손으로 가린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부실수사’ 인정받은 부산 돌려차기 피해자 “다른 이의 행운 될 판결 기쁘다”

입력 2026.03.06 13:38

  • 플랫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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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3일 서울중앙지법 민사31단독 손승우 판사는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진주씨(가명)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사건 당시 수사기관의 부실 수사를 인정하고, 피해자 회복을 위해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1500만원을 국가가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부산돌려차기’ 사건 부실수사 관련 국가 배상 소송 대리인단의 한주현(왼쪽부터), 조윤희, 오지원 변호사가 25일 서울 서초구 민변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에 앞서 피해자 김진주씨(가명,왼쪽 두번째)의 얼굴을 손으로 가린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부산돌려차기’ 사건 부실수사 관련 국가 배상 소송 대리인단의 한주현(왼쪽부터), 조윤희, 오지원 변호사가 25일 서울 서초구 민변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에 앞서 피해자 김진주씨(가명,왼쪽 두번째)의 얼굴을 손으로 가린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이에 대해 법무부는 5일 “국가의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항소를 포기한다”고 밝혔다. 국가소송을 담당하는 법무부가 항소를 포기하며 법원의 배상 판결은 확정될 전망이다.

최근 경향신문과 만난 원고 김씨는 “살아 있는 피해자가 수사기관의 부실과 국가의 책임에 관해 묻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기적적으로 살게 된 내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내 불행은 정해졌지만, 다른 사람들의 행운을 만들 수도 있는 판결이 나와서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씨와 함께 국가배상 소송을 제기하고 대리한 오지원·한주현·조윤희 변호사는 “피고인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는 현재의 수사·사법구조가 피해자의 관점을 훨씬 더 반영하도록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건 당사자인데도 피해자는 철저히 배제…“모두가 책임 회피”

2022년 5월 부산 서면에 있는 오피스텔에서 30대 남성 이모씨가 김씨를 뒤에서 강하게 돌려차 공격하고, 수차례 폭행했다. 이씨는 1심에서 살인미수 혐의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는데, 김씨는 가해자의 재판 과정에서야 사건 당시 자신의 옷이 벗겨져 있는 등 성폭행이 의심되는 정황을 알게 됐다.

김씨는 직접 온라인에 글을 올리고, 스스로 증거를 모으고, 수사기관에 수차례 정보를 요청하고 탄원서를 냈다. 결국 항소심에서 최초 목격자가 증인으로 나왔고, DNA 재검사도 진행한 결과 이씨의 형량은 징역 20년으로 대폭 늘어났다. 죄목도 살인미수에서 강간살인미수로 바뀌었다. 이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김씨는 이런 부실 수사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2024년 3월 소송을 제기했다. 김씨는 “사건을 겪으면서 모든 사람이 책임을 회피한다고 생각했다”며 “내가 피해를 겪은 당사자인데도 누구도 제대로 답을 주지 않았고, 그때마다 짐짝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현행 범죄 수사와 재판 단계에서 제일 큰 문제는 사건 피해자가 배제되어 있다는 것이다. 김씨 역시 당사자인데도 수사기관의 기밀성 등을 이유로 수사 기록을 확인할 수 없고, 경찰이 어떤 매뉴얼에 따라 수사했는지도 알 수 없었다.

부산고법 전경, ‘부산 돌려차기’ 사건 CCTV 영상캡처

부산고법 전경, ‘부산 돌려차기’ 사건 CCTV 영상캡처

[플랫]“피해자 권리 강화 계기 되길”…‘부산 돌려차기’ 피해자, 국가 상대 손배소 제기

김씨는 당시 정신을 잃고 ‘해리성 기억 장애’(과거 특정 시기의 기억을 상실하는 증상)를 겪었는데, 사건 발생 다음날 찾아온 경찰은 “폭행 외 다른 피해는 없었나”라고 물었다. 오지원 변호사는 “피해자는 그때 ‘생리를 하고 있어 성폭행은 없었던 것 같다’고 진술했다. 그런데 사건 당시 기억도 없고, 경황도 없는 피해자에게 추가 피해가 있냐고 묻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건 실체를 밝히기 위해 추가로 수사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법원 역시 이런 부분에서 수사기관을 질타했다.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는 “경찰은 원고(김진주씨)가 의식을 잃은 상황인 것을 알고 있었는데도 비논리적인 원고의 진술을 만연히 받아들였다”며 “성범죄 등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지만, 원고 진술 외에 다른 진술을 확보하지 않고 ‘묻지마 범행’으로 단정했다”고 했다.

이번 재판 과정에서 김씨 측은 의식을 잃은 피해자를 조사할 때 경찰과 검찰이 어떤 매뉴얼을 적용하는지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여 명령했는데도 수사기관에서는 관련 수사 지침을 끝까지 공개하지 않았다. 한주현 변호사는 “피해자들이 원하는 건 사건의 처음부터 어떤 상황인지 명확히 알려주고, 추가로 드러나는 상황이나 피의자 수사 진행 상황 등을 투명하게 말해주는 것”이라며 “법원에서 공개하라고 했는데도 끝까지 버티는 것을 보며 답답했다”고 했다.

재판 과정에서도 2차 피해 계속…“법원 내부에서도 의식 개선돼야”

범죄피해자 보호법이 있지만, 그마저도 수사 단계에서 주로 적용되고 재판 과정에서는 제대로 쓰이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피해자의 사건 기록에 대한 열람·등사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증인이 아닌 일반 방청객으로 법정을 찾았을 때는 전혀 보호받지 못해 2차 피해에 노출된다.

조윤희 변호사는 “지난해 법이 바뀌면서 법원에서 피해자의 열람·등사권이 확대됐지만, 달라진 점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여전히 한계가 크다”고 했다. 또 “검찰에서는 아직도 내규 때문에 당사자 진술 혹은 제출 자료만 허가해주는 게 원칙이고, 법원에서 문서를 보내라고 명령해도 그 이상은 주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플랫]오경미 대법관이 말하는 ‘대법관 다양화’가 필요한 이유

이번 판결에서 재판부는 “국가가 형벌권을 독점하는 것은 개인의 자력구제 금지의 반대급부”라며 “이는 타인의 범죄에 대해 국가가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로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고, 책임있는 자를 적시에 기소해 응분의 처벌을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오 변호사는 “법이 바뀌어도 교육이나 훈련시스템이 바뀌지 않으면 인식은 안 바뀐다”며 “수사기관과 법원 내부에서도 피해자들의 어려움이 무엇인지, 어디까지 수용하고 기준을 잡을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한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형사 재판은 피고인에 대한 재판이라는 체계가 있지만, 피해자의 지위가 과거보다 더 특수하게 올라왔다”며 “재판부가 개인의 자력 구제를 막는 근거로 국가의 형벌권을 든 것처럼 수사기관과 사법부가 피해자가 잘 회복하는 방안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 김정화 기자 clean@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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