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착취 의혹 전남 굴 양식장
시민단체, 열악한 거주 시설 공개
사업주·중간 착취 브로커 처벌 요구
법무부·노동부 합동 실태조사 진행 중
전남 고흥군 한 굴양식장에서 근무하는 계절노동자들의 숙소 내부.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제공
전남 고흥군 굴 양식장에서 일한 필리핀 국적 계절 노동자 A씨(28)는 조립식 패널 구조의 33㎡(10평) 남짓한 방에서 살았다. 계절 노동자들에게는 개인 공간이 없었다. 7~8명이 함께 거주했다.
각자 할당된 공간에 이불을 깔고 자고, 세탁물은 머리맡 위에 설치된 빨랫줄에 걸어 말렸다.
경향신문은 6일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와 공익변호사와함께하는동행을 통해 굴 양식장 계절 노동자들의 거주 시설 촬영 사진을 입수했다. 숙소 출입문 쪽에는 노동자들을 감시하기 위한 CCTV가 24시간 가동됐다. 이곳의 월 숙박비는 1인당 31만원가량이었다.
단체는 이날 오전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A씨가 근무한 양식장 사업장과 사업주, 브로커 등에 대한 강제 수사를 해달라”고 촉구했다.
A씨는 업주의 부당 노동 행위와 인권 침해를 견디지 못하고 지난달 24일 숙소를 탈출했다. 벌써 열흘이 지났지만 업주에 대한 제대로 된 수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단체는 “열흘이 지나는 사이에 증거 조작 및 인멸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굴 양식장 착취 논란은 A씨와 시민단체가 “양식장 사업주와 브로커로부터 임금을 체불당하고 노동 착취를 당했다”며 지난 4일 광주고용노동청 여수지청에 사업주와 브로커 등 4명을 고소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A씨는 지난해 11월 계절근로 비자(E-8)로 입국해 이 양식장에 배치된 뒤 매일 오전 3시부터 오후 3시까지 하루 12시간 굴 채취 작업 등을 해왔다. A씨는 “목표량을 채우지 못하면 ‘필리핀으로 쫓아내겠다’는 협박도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쉬는 날에도 다른 곳으로 끌려가 강제 노동을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A씨가 첫 달에 받은 임금은 숙박비를 제외하고 불과 23만5671원이었다. A씨는 작업 과정에서 오른손도 다쳤다.
고흥군은 그러나 사업주 측이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계절 노동자들이 돈을 더 벌기 위해 일반 주민들이 당일 아르바이트처럼 ‘굴 1㎏당’으로 계산하는 수당제를 먼저 요구했다는 것이다. A씨가 입은 부상에 대해서도 “필리핀 입국 전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등 시민사회·인권단체가 6일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고흥 굴양식장 계절이주노동자 노동착취 의혹에 대한 강제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고귀한 기자
단체는 그러나 업주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또 노동자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급여를 굴 1㎏당으로 책정하는 것 자체가 ‘최저임금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단체는 또 이번 굴 양식장 노동 착취 사건이 단순 임금 체불을 넘어 인신매매에도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단체는 “숙소 내 CCTV를 설치해 24시간 감시하고, 외출 시 강제 출국을 협박하는 등 사실상 감금 상태에서 브로커를 통한 임금 중간 착취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결국 브로커의 구조적 착취와 지자체의 묵인이 지금의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손상용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전남 곳곳에서 브로커에 의한 인권 침해와 중간 착취가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다”며 “관리 감독의 주체인 고흥군청은 지자체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점에 대해 사죄하고, 즉각적인 피해자 구제와 함께 관내 모든 계절노동자의 노동환경을 전면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법무부와 고용노동부는 지난 5일부터 해당 양식장에 대한 합동 실태조사를 진행 중이다. 전남경찰청 형사기동대도 내사에 착수했다. 일정을 조율해 사건 관계자 등 면담을 진행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외국인 노동자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관련 법령에 따라 엄정 조치하고, 불법행위가 확인될 경우 예외 없이 책임을 묻는 등 단호히 대응할 방침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