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9월1일(현지시간) 중국 톈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해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일주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이란의 오랜 우방인 러시아와 중국이 특별히 개입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로이터 통신은 5일(현지시간) “러시아와 중국은 외교적 규탄과 우려 표명 이상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며 “이란은 거의 고립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러시아와 중국은 오랜 기간 이란과 깊은 유대 관계를 형성해 왔다. 러시아는 이란과 시리아 내전 기간 군사 협력을 확대하며 이란을 중동 내 반서방 진영의 핵심 축으로 삼아 왔다. 이란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과정에서 러시아에 자폭 무기로 유명한 무인기(드론) ‘샤헤드’를 공급하며 힘을 실었다. 양국 관계는 지난해 포괄적·전략적 동반자 협정 체결로 이어졌다.
중국은 이란의 최대 교역국이자 이란산 원유의 4분의 3 이상 구매국이다. 2019년 이란을 자국의 ‘일대일로’(육상 해상 실크로드)에 참여시키며 관계를 강화했으며, 2021년에는 이란이 안정적으로 원유를 공급하는 대신 25년 동안 이란의 금융·통신·항만·철도·의료·정보기술 등 분야에 4000억달러를 투자한다는 내용의 전략 협정을 체결했다.
미 역량 ‘우크라→이란’ 이동···러 ‘뜻밖의 이득’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최근 미·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국면에서 군사적 조치를 포함한 적극적 대응에 나서지는 않았다.
러시아 중동 정책 전문가인 안나 보르시쳅스카야 워싱턴근동정책연구소 연구원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는 다른 우선순위가 있으며,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우크라이나”라고 로이터에 말했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군사력과 경제 자원, 외교적 역량이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 쏠려 있는 가운데 미국과의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중동에서 자국의 핵심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취지다.
안드레이 코르투노브 러시아 국제문제연구소 전 사무총장은 애당초 러시아와 이란이 군사 동맹은 아니었다고 알자지라에 분석했다. 그는 전쟁 때 상호 군사원조를 명시한 소위 ‘북·러 조약’과 견주어 볼 때 러시아와 이란 간 협정은 “상대방이 분쟁에 휘말릴 경우 양측이 적대적 행동을 자제하기로 합의했다”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위험 부담을 감수해가며 군사 행동에 나서야 할 만한 관계는 아니라는 취지다.
이번 전쟁이 러시아에는 오히려 이익인 면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의 방공 무기가 이란 미사일·무인기(드론) 방어를 위해 집중 투입됨에 따라 우크라이나 방어에 필요한 군사 자산이 줄어들고 있다고 전하면서 “러시아가 최대 수혜자가 됐다”고 평가했다. 산유국으로서 유가 상승에 따른 이득도 작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카드를 꺼내들면서 세계적 원유 부족 사태가 예견되는 가운데 러시아는 자국산 원유를 인도에 공급할 용의가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지금 이 전쟁은 우리의 전쟁이 아니다”라며 “냉소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우리는 우리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 핵심 관심은 미·일 위협과 대만”
중국도 자국의 ‘핵심 이익’을 우선시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헨리 투겐드하트 워싱턴근동정책연구소 연구원은 중국이 “대만, 남중국해, 그리고 미국과 일본으로부터의 위협 인식에만 관심이 있다”며 ”핵심 안보에서 전략적 관심이나 군사 자산을 돌리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과 이란의 유대 관계가 절대적인 수준인 것도 아니다. 미국 싱크탱크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에반 파이겐바움 연구부문 부사장은 “상호방위 의무에 기반한 미국의 동맹과 달리 중국은 무역·투자·무기 판매를 기반으로 한 파트너십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이슬람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 외에 걸프 지역 내 수니파 국가들과도 관계를 맺고 있다.
조디 웬 중국 칭화대 국제안보전략센터 박사는 중국과 이란의 관계가 대칭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이란 입장에서 중국은 원유를 대부분 수입해 가는 주요 무역 상대국인 반면, 이란은 중국 입장에서 세계 많은 무역 파트너 중 하나라는 것이다. 중국이 이란산 원유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는 있지만, 유조선 또는 저장 시설에 이미 상당량을 비축해 두고 있어 당장 공급에 차질이 생기는 상황도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뉴욕타임스는 중국이 오는 4월 방중 예정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을 앞두고 불안정한 긴장 완화 상태를 굳이 붕괴시켜가며 미국에 도전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문가를 인용해 보도했다.
로이터는 중국이 미국의 전쟁 역량과 작전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어 향후 대만 시나리오와 관련해 이점이 되는 면이 있다고도 분석했다. 로이터는 “두 국가의 자제는 냉정한 계산의 반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