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1시 서울역 광장에는 웅장한 음악이 울려 퍼졌다. 서울대 관악중앙몸짓패 ‘골패’가 여성파업대회에 연대하는 몸짓 공연을 선보였다. “모든 여성이 젠더를 불문하고 평등하게 존엄을 누리기를 바란다”는 말과 함께 이들은 음악에 맞춰 팔과 다리를 힘껏 뻗었다. ‘정의와 존엄’을 뜻하는 세계여성의날의 상징, 보라색 리본이 곧게 뻗은 손끝에서 흔들렸다.
3·8 세계여성의날을 이틀 앞둔 이날, 서울역 광장에 여성 노동자들이 모였다. 이들은 “지금 여기 노동 현장에 실질적인 성평등이 필요하다”고 외치며 일을 멈추고 거리로 나왔다.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공단고객센터지부와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 조합원 등 여성 노동자들이 참여했다.
3.8 여성의날을 앞둔 6일 서울역광장에서 여성파업대회를 열리고 있다. 문재원 기자
박은영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1366서울센터분회장은 “오늘 이 파업은 단순히 임금을 올리자는 자리가 아니라 여성의 몸과 시간이 쓰이고 버려져 온 구조를 멈추기 위한 자리”라며 “여성이 멈추면 세상이 멈춘다는 말처럼 콜센터와 병원, 항공사, 돌봄 현장과 공장, 물류창고에서 우리의 멈춤이 서로를 비추는 빛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박정혜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사무장은 “지금도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여성 노동자는 여전히 남성보다 낮은 임금을 받고, 육아와 돌봄의 부담 속에서 가장 먼저 구조조정의 칼날 앞에 선다”며 “우리가 일손을 놓아야 이 세상이 누구의 노동으로 돌아가는지 드러난다. 그래서 우리는 파업을 한다”고 말했다.
3.8 여성의날을 앞둔 6일 서울역광장에서 여성파업대회를 열리고 있다. 문재원 기자
이날 집회에는 성소수자와 이주 여성, 장애 여성 등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했다. 나랑토야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활동가는 “이주 여성의 손이 멈추면 이 사회의 돌봄과 경제, 사회서비스도 함께 멈춘다”며 “우리의 노동에 정당한 대우를 하고 전문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미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서울지부 공동대표는 “장애인에게 노동권은 단순한 일자리가 아니라 사회 구성원이 되는 길”이라며 “일자리가 없다면 다시 시설로 돌아가거나 집 안에 갇힌 삶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3·8 세계여성의 날(International Women’s Day)은 여성의 노동권과 생존권, 참정권 등 여성 인권 신장의 계기가 된 날로 세계 각국에서 매년 기념된다. 유엔은 1975년 처음 세계여성의 날을 기념했고, 1977년 12월 총회에서 이를 공식 기념일로 지정했다. 한국에서는 1920년 여성 운동가 나혜석 등이 기념 활동을 시작했으나 일제의 탄압으로 중단됐고, 1985년 제1회 한국여성대회를 계기로 다시 공식적으로 기념되기 시작했다.
3.8 여성의날을 앞둔 6일 서울역광장에서 여성파업대회를 열리고 있다. 문재원 기자
이날 3·8여성파업조직위원회는 일터 내 성차별 금지, 가사사용인·특수고용·프리랜서·장애인·이주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 돌봄 일자리 확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등 7대 요구안을 발표했다. 요구안이 하나씩 발표될 때마다 계단에 모인 참가자들은 물결처럼 일어섰다. 몸 곳곳에 묶인 보라색 리본도 함께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