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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경남에서 쌀농사를 짓는 A씨는 자기 논 외에도 다른 사람 명의의 논 2필지에서 벼·마늘 이모작을 한다.

다만 전문가들은 기존의 농지이용실태조사처럼 '적발'을 목표로 하게 될 경우, 실효성 있는 조사가 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농어업 분야의 대통령 자문기구인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의 조병옥 농지제도개선 TF 단장은 "처음 하는 전수조사로 기대가 크다"면서도 "다만 지금 대통령의 발언이 투기나 불법에 방점이 찍혀 있는데, 그런 방향으로 조사가 추진되면, 국민 불안만 키운 채 '태산명동서일필'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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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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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농사짓는지 모르는 나라…첫 전수조사로 실태 드러날까

입력 2026.03.08 09:00

수정 2026.03.08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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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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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수립 후 첫 시도…농지 구조 전반 개혁하는 출발점 될지 주목

적발 목표 땐 실효성 의구심…정밀한 공적 데이터 구축에 역점 둬야

경남 남해군 고현면의 들판에 마늘과 시금치가 심겨 있는 모습. 서성일 선임기자

경남 남해군 고현면의 들판에 마늘과 시금치가 심겨 있는 모습. 서성일 선임기자

[주간경향] 경남에서 쌀농사를 짓는 A씨(62)는 자기 논 외에도 다른 사람 명의의 논 2필지에서 벼·마늘 이모작을 한다. 2필지 가운데 하나는 몇 년 전 외지인이 매입한 논이고, 다른 하나는 지주가 사망한 뒤 상속인들이 분쟁을 겪는 땅이라고 했다.

농지의 소유·이용·경작 현황 등을 적는 공적 장부인 ‘농지대장’에는 실제로 농사를 짓는 사람에 대한 정보가 담겨야 한다. 하지만 A씨가 경작하는 이들 필지의 농지대장에는 지주가 경작을 하는 것으로 돼 있다. 임차계약서를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가 경작자에게 지급하는 공익직불금도 당연히 지주가 가져간다.

임차계약서를 따로 작성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A씨는 “관행적으로 안 쓰는 경우도 많고, 지주가 원치도 않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여기서는 나락(쌀) 한다고 하면 임차료로 두 가마니를 지주에게 줘야 하거든요. 그런데 지주가 그걸 안 받고 직불금을 가져가겠다는 거죠.”

당국이 농지법 위반 여부를 점검할 때는, ‘누가 짓느냐’보다 ‘농지가 실제로 경작되고 있느냐’를 먼저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지주 입장에선 남이 농사를 지어 논이 비어 보이지 않으니 단속 위험이 줄고, 직불금까지 챙기면 손해 볼 게 없다. 나아가 8년 이상 자경을 인정받으면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도 있다.

A씨는 “부칠(농사지을) 땅을 구한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제가 논에서 20분 떨어진 마을에 살거든요. 먼 동네 사는 저한테까지 논이 올 정도면 땅 주인의 상황이 좀 복잡하거나, 논이 별로 좋지 않다거나, 임차료가 높거나, 직불금을 챙기려고 하거나 그런 땅 밖에 없는 거죠.”

경남의 또 다른 농민 B씨(56)는 빌려서 농사짓는 논 5000평 가운데, 마을의 80대 어르신 소유의 1600평 농지에 대한 임대차 계약서를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원래 그러면 안 되죠. 그런데 마을 어르신이니까….” 농사를 더는 짓기 어려운 80대 어르신은 직불금을 받아 생활비로 쓰고, B씨는 자신이 경작하는 다른 논과 가까운 이 땅을 확보할 수 있어 서로의 필요가 맞아떨어졌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월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농지 전수조사와 투기 농지에 대한 매각 명령 집행 검토를 지시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월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농지 전수조사와 투기 농지에 대한 매각 명령 집행 검토를 지시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A·B씨 같은 사례는 엄밀히 보면 농지법 위반에 해당한다. 그러나 고령화와 상속 문제가 겹친 지금의 농촌에서는 이런 일이 예외가 아니라 일상에 가깝다. 1987년 개정된 헌법은 ‘농지는 농사짓는 사람이 소유한다’는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을 분명히 했고, 농지법은 농지의 임대차와 위탁경영이 가능한 예외 사유를 따로 규정한다. 하지만 고령화와 농지 상속, 농지전용 등으로 예외 조항은 점점 늘고, 현실과 경자유전의 원칙 사이 간극은 점점 커지고 있다.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이나 수도권 농지에서는 이 빈틈을 노리고 투기성 수요까지 얹힌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월 24일 국무회의에서 “농지관리가 엉망”이라며 “농지까지 투기 대상이 돼 땅값이 너무 비싸 귀농이 어렵다”며 농지 전수조사와 투기 농지에 대한 매각 명령 집행 검토를 지시한 건 이런 사정 때문이다. 전수조사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한번도 이뤄지지 않은 일이다.

전수조사는 과연 투기를 가려낼 수 있을까. 무엇을 투기로 보고 무엇을 생계형·관행적 위반으로 볼 것인가. 지주와 임차농들은 이 조사에 얼마나 협조할까. 무엇보다 대통령의 말마따나 투기를 걸러내면 귀농인이나 청년농들이 농지를 더 쉽게 구할 수 있게 될까.

기존 조사는 무엇이 문제였나

지금도 경자유전 원칙을 실현하고 농지 투기를 방지할 목적으로, 매년 전국 농지를 대상으로 ‘농지이용실태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다만 전수조사는 아니고, 5년 이내 신규 농지 취득자, 관외 거주자 등 농지 투기 가능성이 높은 이들을 타기팅해 조사한다. 전체 농지의 약 10%에 해당하는 규모다. 다만 주간경향이 만난 군청 공무원, 이장, 농민들은 ‘전수조사든, 일부조사든 지금의 방식으로는 제대로 된 조사가 어렵다’고 했다. 조사가 어떻게 이뤄지길래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것일까.

수도권 내 한 농지 너머로 아파트단지 등이 들어서 있다. 연합뉴스

수도권 내 한 농지 너머로 아파트단지 등이 들어서 있다. 연합뉴스

농지이용실태조사 시기가 되면, 최근 5년 동안 소유권이 바뀐 농지, 관외 거주자가 소유한 농지 등의 목록이 전산망에 올라온다. 군청의 담당 공무원은 아르바이트 조사원들을 고용해 각각 관내 읍·면을 조사하게 하는데 전산망에 올라온 농지를 일일이 찾아다니지는 않는다. 군청 공무원인 주무관 C씨는 “필지만 해도 면마다 몇천 필지가 되는데 현실적으로 다 돌아볼 수가 없다”며 “일단 위성으로 해당 농지에서 농사가 이뤄지고 있는지를 살핀다. 그건 제외하고 애매한 필지들 위주로 현장에 나간다”고 말했다. 조사가 주로 휴경지를 대상으로 이뤄진다는 얘기다.

현장에서 불법 임대차 등을 조사한다고 해도 이를 확인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주무관 C씨가 말했다. “농지대장에는 지주가 농사짓는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임차농이 짓는 경우가 많잖아요. 농지대장만으로는 파악이 안 되니까 이장님이나 주변의 경작인들을 만나서 ‘저 땅은 누가 농사짓나요?’ 물어보면서 조사하죠. 그런데 현실적으로 그 부분은 조사가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답을 제대로 안 해주거든요.”

수도권의 한 농촌 이장인 D씨(39)는 “조사원들이 그런 거 물어보면 얘기 안 하는 게 당연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마을 주민들 60~70%가 그런 식으로 농사 지어요. 그걸로 인해서 엄청 피해를 보는 사람이 있다면 모를까, 그게 아닌데 어떻게 이장이 나서서 말할 수가 있겠어요?”

D씨는 상속 농지를 예로 들었다. 부모가 8년 이상 마을에 머물며 자경한 농지를 자녀가 상속받으면, 상속 개시일로부터 3년 안에 팔 경우 부모의 자경 기간을 합산해 양도소득세 감면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3년이 지난 뒤 팔려면, 자녀가 1년 이상 농지 인근에 거주하며 직접 경작한 경우에만 부모의 자경 기간을 합산할 수 있다. “우리 동네 그런 사례가 있어요. 상속 후 3년이 지났는데도 자녀가 직접 경작을 하지 않고 있거든요. 만약에 군청에서 나와 주민들에게 ‘그 자녀가 실제로 이곳에 거주하며 농사를 짓느냐’고 물어도, 주민들은 ‘그렇다’고 답할 거예요. 누구 집 자식인지 다 아니까, 그리고 자기 자식들에게도 벌어질 일이니까….”

물론 농지이용실태조사로 적발돼 처분 명령을 받거나 이행강제금 등을 무는 사례도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농지 처분 명령을 받은 사례는 2021년 1392명(201㏊), 2022년 1901명(198㏊), 2023년 1416명(151㏊)이다. 이 가운데 농지를 처분하지 않고 이행강제금을 납부한 이들은 2021년 603명(58㏊), 2022년 485명(43㏊), 2023년 502명(50㏊)이다.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이들을 모두 ‘농지 투기 세력’으로 표현하지만, 주무관 C씨의 설명은 달랐다. 그는 “농지이용실태조사로 불법 임대차를 적발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거든요. 투기 수요가 있는 수도권은 또 몰라도, 우리 지역의 경우 처분 명령을 받은 농지들이 간혹 나와서 살펴보면, 대부분이 임차농도 원치 않는 농지라 휴경 중이거나, 고령의 농민들이 팔려고 내놓아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 처분이 곤란한 농지들이에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9월 16일 세종 전동면 조일농장에서 청년 농업인 간담회를 마친 뒤 청년 농업인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9월 16일 세종 전동면 조일농장에서 청년 농업인 간담회를 마친 뒤 청년 농업인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전수조사는 무엇이 달라야 하나

대통령이 ‘농지 투기’를 지적한 만큼, 농식품부도 투기 가능성이 높은 수도권을 시작으로 농지 전수조사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지 전수조사 계획을 검토 중이나, 구체적인 시기·방식·내용 등은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기존의 농지이용실태조사처럼 ‘적발’을 목표로 하게 될 경우, 실효성 있는 조사가 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농어업 분야의 대통령 자문기구인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의 조병옥 농지제도개선 TF 단장은 “처음 하는 전수조사로 기대가 크다”면서도 “다만 지금 대통령의 발언이 투기나 불법에 방점이 찍혀 있는데, 그런 방향으로 조사가 추진되면, 국민 불안만 키운 채 ‘태산명동서일필(시작은 거창했으나 결과가 보잘것없다는 뜻)’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불법이나 투기 여부를 현장에서 일률적으로 가려내기 쉽지 않은 데다, 조사 자체가 단속 중심으로 비칠 경우 정확한 실태 파악에 필요한 협조를 얻기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주간경향의 취재에 응한 이장 D씨도 “기자의 취재는 (조사하고 적발하겠다는 게 아니라) 정확한 실태를 알고 싶다는 것이어서 부담 없이 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체 필지 중 임대차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상속 농지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임차료가 어느 정도인지 정부가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게 현실이에요. 이게 직불금 등 정책의 기초자료인데 이런 것 없이 무슨 농정이 되겠습니까? 전수조사의 목적은 이런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있어야 해요. 농지의 전체 내용을 데이터베이스화하고, 더 나아가 농민들이 실제로 접근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단계로까지 이어져야 합니다.”

강마야 충남연구원 연구위원도 “이번 전수조사를 통해 잡아내지 못한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농업 관련 데이터들이 엮여 있지 않고 분절돼 있어요. 개별 담당자들만 볼 수 있게끔 시스템화를 해놨는데 그런 데이터를 싹 모아서 종합하면 대략 농지 정보 70~80%는 채워질 겁니다. 행정데이터에서 잡아내지 못한 나머지 20~30%는 이번 기회에 전수조사를 통해 채워나가야 합니다.”

김규호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전수조사를 보완하는 방식으로 주민들이 참여한 ‘농지위원회’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농지위원회는 시·구·읍·면 지역에 설치돼 농지취득자격증명 심사 등을 하는 반관반민 성격의 조직으로 주로 이장, 부녀회장, 새마을지도자, 주민자치회 관계자 등 10~20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김 조사관은 “현재 농지위원회가 지역별로 편차가 크지만, 지역 공동체가 잘 작동하는 곳에서는 허술한 영농계획서나 투기 의심 거래를 먼저 포착해 행정에 문제를 제기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전수조사는 행정력만으로 감당하기 어렵고 지역과 농지, 농민에 대해 이해가 높은 농지위원회를 활용한다면 제대로 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을 겁니다. 전수조사를 계기로 농지위원회가 역량을 학습하고 보다 공공성 짙은 조직으로 성장할 수도 있겠죠. 마을 차원에서 농지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토론하는 수준까지 이를 수도 있을 겁니다.”

경자유전 원칙과 현실의 괴리가 커진 지금, 그 간극을 메울 해법은 단속의 구호가 아니라 누가 농지를 소유하고, 누가 실제로 이용하는지를 보여주는 정밀한 공적 데이터와 관리체계의 구축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그래야 귀농인과 청년농도 농지 정보에 더 쉽게 접근하고, 실제 경작에 필요한 토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이번 전수조사는 농지 구조 전반을 개혁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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