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로고. 한수빈 기자
부하 직원에게 ‘코르셋을 입은 것 같다’거나 ‘미인계를 써보라’는 등 성희롱 발언을 일삼은 군무원에게 해임 처분을 내린 것은 과도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이상덕)는 5급 군무원으로 재직하다 해임된 A씨가 공군참모총장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8일 밝혔다.
공군 항공우주의료원에서 과장급 직원으로 근무하던 A씨는 부하직원에게 성희롱과 ‘갑질’ 행위를 반복해 2023년 7월 공군참모총장으로부터 해임 처분을 받았다.
징계위원회 조사 결과 A씨는 2020년 여름 퇴근하는 부하직원의 복장에 대해 “그런 옷 입지 말아라. 병사의 성적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 2022년 7월 교통사고로 척추보호대를 착용한 직원에게 “너무 가슴이 강조되는 것 같다. 코르셋 입은 것 같다”라고 했고, 2023년 2월엔 다른 직원에게 “미인계를 써서 타부서 창고 라디에이터와 화장실에 있는 라디에이터를 바꿔달라고 요청해보라”고 하는 등 총 4차례 성희롱 발언을 했다.
이 밖에도 직원들의 업무방식을 지적하며 재계약 불이익을 암시한 갑질 행위 등도 징계 사유에 포함됐다. A씨는 해임 처분에 불복했지만 국방부가 항고를 기각하자 소송을 냈다.
법원은 A씨의 언행이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와 함께 일한 직원들이 “A씨의 자잘한 언행들로 형성된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상당한 압박감과 불안감, 스트레스를 받는 등 정신적인 고통에 시달려 왔으며 직급 차이나 경직된 인사구조로 인해 이를 제대로 표출하거나 해결을 위한 시도조차 하지 못한 채 억눌려 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법원은 ‘중징계’가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해임은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공무원 중징계는 파면·해임·강등·정직 등 4가지다.
법원은 “신체접촉 등을 수반하지 않은 언어적 성희롱에 불과하다”며 “상대방이 불쾌감과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성적 농담의 측면을 가지는 것은 분명하지만 남녀 사이의 성적 관계를 직접적으로 암시하거나 자신의 성적 만족감 달성을 위해 상대방을 농락하려는 취지에 기인한 발언은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갑질 등 나머지 징계 사유에 대해서도 “부적절한 언행 정도에 그친다는 점이 고려돼야 한다”며 “부서원들의 피해 정도가 현저히 큰 건 아니었다”고 했다.
이어 A씨의 경우보다 더욱 중한 성희롱이나 갑질 행위를 얼마든지 상정할 수 있는 점, 보직변경이나 전출 등을 통해서도 A씨와 피해자들을 분리 조치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해임 수준에 이르지 않더라도 다른 중징계인 강등·정직 등으로는 도저히 징계 목적을 제대로 달성할 수 없는 경우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