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여성의제 해결 요구 대행진’에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있다. 백민정 기자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 정책 강화를 요구하는 집회와 행진이 열렸다. 이들은 정치권에 여성 의제 해결을 촉구했다.
여성의당이 주최한 ‘여성의제 해결 요구 대행진’은 8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2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들은 ‘역차별은 없다 여성 차별 해결하라’, ‘여성 정치 실현하자’ 등을 적은 보라색 손팻말을 들고 “여성, 세상의 절반 정치의 중심으로”, “성범죄 정치인 퇴출하고 여성 정치인 공천하라”는 등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먼저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지만 여성의 목소리는 정치권에서 점점 지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재명 정부가 남성 역차별 부서를 신설하고 여성폭력 피해자에 남성을 포함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는 등 역차별을 제도화하고 있다”며 “대선 당시 공약했던 미프진(임신중지약) 도입 등 여성 의제도 계속 뒤로 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3·8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여성의제 해결 요구 대행진’에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있다. 백민정 기자
집회 발언대에선 다양한 발언들이 나왔다. 유행열 더불어민주당 청주시장 예비후보에게서 대학시절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한 여성 A씨는 “민주당이 2018년 성폭력 3대 원칙을 선언했는데도 왜 아직 징계나 제명이 이뤄지지 않았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A씨는 2018년 피해 사실을 공개한 뒤 민주당 젠더특별위원회는 성폭력 사실을 인정해 유 후보는 당시 청주시장 후보에서 사퇴했다. 유 후보는 최근까지도 “정치공작에 의한 거짓 선동”이라며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A씨는 “가해자를 징계하고 공천에서 배제하라”고 요구했다.
초등학교 교사라고 밝힌 B씨는 “학교에서도 성희롱과 성폭력 사건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고, 특히 여성 장애 학생들은 더 큰 위험에 놓여 있다”며 “여성혐오 문화와 남성 중심 정치가 이런 구조를 용인해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개정된 교육과정에서조차 성인지, 성소수자, 섹슈얼리티 같은 표현이 삭제되거나 축소되고 예산도 줄었다”며 “교육 과정 핵심 가치로 여성주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3·8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열린 ‘여성의제 해결 요구 대행진’에서 한 집회 참가자가 피켓에 문구를 적고있다. 백민정 기자
집회에 참가하기 위해 부산에서 왔다는 김모씨(51)는 “최근 회사에서 동료가 여성 직원에게 성희롱인지 아닌지 애매한 발언을 하는 것을 보고 고민이 많아졌다”며 “디지털 성폭력이나 딥페이크 범죄도 이전에는 크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심각성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남성인 나 역시 그런 문화에 무감각했던 점을 반성하게 됐다”며 “남성이 여성주의를 외치는 것을 위선이라고 비판하는 시선도 있지만, 욕을 먹더라도 지지하고 응원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했다.
그는 “한국 사회에서 여성들이 각종 착취와 일상적 폭력에 노출돼 있고, 가장 기본적인 생명권조차 걱정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딥페이크 같은 문제는 피해자와 여성들에게 맡길 것이 아니라 정부가 책임 있게 나서야 한다”고 했다.
참가자들은 집회를 마치고 종로 일대와 무교로 방면으로 행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