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5~64세 여성 고용률 62.1%, 역대 최고
관리자 비율은 17.5%뿐···OECD 32개국 중 31위
성별 임금격차 31%, 여전히 OECD 국가 중 ‘최대’
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에서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해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주최한 ‘제40회 한국여성대회’가 열리고 있다. 이준헌 기자
일하는 여성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기업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여성은 여전히 소수에 머물러 ‘유리천장’이 공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성별 임금격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8일 국가데이터처의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보면 2024년 15~64세 여성 고용률은 62.1%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2000년보다 10%포인트 이상 상승한 수치다.
하지만 노동시장 상층부로 갈수록 여성 비중은 급격히 줄어든다. OECD 통계를 보면 2024년 한국의 여성 관리자 비율은 17.5%로, OECD 회원국 평균의 절반 수준이었다. 관리자 10명 중 8명 이상이 남성이라는 뜻으로, OECD 32개국 중 31위를 차지해 최하위권이었다. 호주 41.7%, 2023년 프랑스 38.9%, 독일 38.6%, 노르웨이 33.7% 순으로 여성 관리자 비율이 높았다. 상장회사 중 여성 이사 비율(17.2%)도 한국은 38개국 중 35위로 최하위 수준이었다.
기업 최고 의사결정 구조로 올라갈수록 격차는 더 커진다. 국내 주요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약 6~8% 수준으로 매우 낮다. 글로벌 헤드헌팅 전문기업 유니코써치가 발표한 ‘2025년 국내 100대 기업 여성 임원 현황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임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6.5%에 불과했다. 이는 전년(6.3%) 대비 소폭 증가한 수치이지만,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여성 직원들이 임원으로 선임되는 비율도 남성 직원들과 비교해 낮다. KCGI자산운용이 여성의 날을 맞아 ESG 평가기관 서스틴베스트와 함께 국내 주요 상장기업 360곳의 성평등 지표를 분석한 결과, 여성 직원 중 임원으로 선임되는 비율은 0.42%에 그쳤다. 여성 직원 1000명 가운데 4명만 임원에 오르는 셈이다. 남성 직원의 임원 선임 비율 1.6%의 4분의1 수준이다.
KCGI자산운용 제공
임금 격차도 여전히 크다. OECD 통계에서 한국의 성별 임금격차는 약 31%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여성의 평균 임금이 남성보다 약 30%가량 낮다는 것이다.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는 늘었지만 임금과 직급 구조에서는 여전히 큰 격차가 유지되고 있다.
김유리 전국여성노동조합 조직국장은 “여성 노동자들이 저렴한 노동력으로 착취되는 구조가 입직부터 퇴사 직전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여성들이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을 받고, 승진 기준 자체도 남성이 표준화된 모델로 되어있기 때문에 여성들이 유리천장에 부딪힌다”고 말했다. 이어 “성평등공시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했다.
성평등 임금공시제는 기업이 채용·근로·승진·퇴직 등에서 성별·고용형태별 임금과 근로실태 등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는 제도다. 영국, 프랑스, 스위스 등에서는 이미 이와 유사한 제도가 시행되고 있으며, 이재명 정부의 국정 과제에도 포함돼있다. 여성노동연대회의는 지난 5일 “임금이 드러나는 순간, 평등이 시작된다”며 “공정하고 평등하며 투명한 임금시스템은 성차별을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섬세하게 설계된 성평등공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