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34번째 천만 영화···팬데믹 이후 7번째
영화 <왕과 사는 남자>스틸컷. 쇼박스 제공
역대 34번째 ‘천만 영화’에 오른 <왕과 사는 남자>가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6일 1000만 관객을 돌파한 데 이어, 이틀만인 8일 1100만 관객을 넘어섰다. 한국 영화로는 25번째, 영화관을 찾는 관객이 줄어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로는 7번째 천만 영화다.
이날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왕과 사는 남자>는 개봉 33일째인 이날 누적 관객수 1100만명을 돌파했다. <범죄도시4>와 동일하고, <서울의 봄>(36일) <파묘>(40일) <광해, 왕이 된 남자>(48일)보다는 빠른 속도다.
<왕과 사는 남자>는 왕위에서 쫓겨나 강원 영월로 유배된 단종이 촌장 엄흥도를 비롯한 마을 사람들과 인생의 마지막 시기를 보내는 내용을 그린 영화다.
영화 공개 초기에는 어설픈 컴퓨터그래픽이나 진부한 대사 등 만듦새가 아쉽다는 평도 나왔으나 입소문을 타고 관객을 끌어모았다. 우선 기존 사극에선 수양대군(세조)에게 밀려나는 역할 정도로 존재감이 미미했던 단종의 마지막을 조명해 신선하게 다가왔다. 단종 역의 박지훈, 엄흥도 역의 유해진 등 배우들의 열연도 주효했다.
영화의 힘은 이례적인 흥행 추이로 확인됐다. <왕과 사는 남자>는 개봉 5일째 100만명, 개봉 12일째 200만명을 넘어섰는데 설 연휴 등을 거치며 상승세가 가팔라졌다. 3·1절엔 하루 사이 81만명을 동원했고, 개봉 약 한 달만인 지난 6일 오후 6시32분쯤 1000만명 고지를 넘었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스틸컷. 쇼박스 제공
특히 이번 1000만 관객 돌파는 2024년 4월 개봉한 <범죄도시4>(1150만명) 이후 한동안 지속됐던 ‘1000만 공백기’를 깼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지난해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 <좀비딸>의 관객수는 564만명이었고 외국영화 최고 흥행작 <주토피아2>는 860만명의 관객을 모았다.
모처럼 ‘같이 이야기할 수 있는 영화’가 나왔다는 데서 반갑다는 평이 나온다.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각자 원하는 작품을 편하게 볼 수 있다 보니 오히려 세대를 초월해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영화는 귀해졌기 때문이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이날 통화에서 “OTT 등에서 볼 수 있는 콘텐츠가 많다 보니 그만큼 사람들의 관심사도 흩어져 있었다”며 “<왕과 사는 남자>가 급부상하면서 학교나 직장에서 사람들을 만나면 이야기할 수 있는 구심점이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구김 없는 긍정적 성품으로 사랑을 받아온 장항준 감독은 2002년 <라이터를 켜라>로 데뷔 후 24년 만에 1000만 영화 감독이 됐다. 앞서 1000만 관객 돌파를 앞두고 장 감독이 “전화번호 바꾸고, 개명하고, 성형할 것”이라며 ‘1000만 공약’을 내걸었던 점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장 감독은 지난 6일 배급사 쇼박스를 통해 공개한 인터뷰에서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는 상황이고 저와 저희 가족들 모두 기쁘면서도 조심스러운 마음”이라고 밝혔다. 그는 “나약한 이미지였던 단종이 점차 성장해 가는 강단 있는 모습과 한 인간으로 살려고 하는 모습에 많은 분들이 감동을 받으셨던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다.
침체기에 빠진 한국영화계에 단비 같은 소식인 만큼 축하가 이어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엑스(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2024년 이후 2년 만에 이룬 성과이기에 더욱 뜻깊다”며 “창작의 자유가 살아 숨 쉬고, 문화가 국민의 자부심이 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정부 역시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