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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선의를 품지 못한다

입력 2026.03.08 19:56

수정 2026.03.08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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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을 만드는 사람은 ‘선의’가 있을지 몰라도 법 자체는 선의를 품지 못한다. 입법자가 아무리 좋은 목적을 가졌더라도 현실에서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사법개혁 3법’(법왜곡죄 신설, 재판소원 도입, 대법관 증원)이 논란을 부른 것도 이 때문이다.

사법개혁 3법은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3일 ‘수용 의사’를 밝히고, 정부도 5일 국무회의에서 공포안을 의결해 입법 절차에 마침표를 찍었다. 숱한 반대가 있었지만 이미 화살은 시위를 떠났다. 이제 남은 과제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보완책을 마련하는 일뿐이다.

3법 중 가장 먼저 국회를 통과한 ‘법왜곡죄’는 사법 독립을 직접적으로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판검사가 법령을 ‘의도적으로’ 잘못 적용했을 때 처벌하겠다는 것인데, 법관의 해석과 재량을 형사처벌의 잣대로 삼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 수정안을 통해 범죄 요건을 구체화하려 노력했다지만, 판사가 특정인에게 유리하게 판결했는지 아니면 법리에 따른 판단이었는지를 입증하는 과정부터 정치적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판결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판사를 고소·고발하는 일이 반복되면 법관은 소신 있게 판결하기보다 여론과 정치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자칫하면 실질적인 정의 구현보다 사법부를 길들이기 위한 족쇄로 기능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법 개정을 통한 재판소원은 국민 기본권을 침해한 법원 판결을 헌재가 다시 들여다보겠다는 취지로 도입한다고 한다. 이상적이다. 하지만 이는 대법원을 최종심으로 하는 헌법상의 3심제 원칙을 뿌리째 흔들 수 있다. 현실적으로 재판소원은 사실상 4심제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재판소원 청구 사유인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 명백한 경우’라는 규정 등은 모호하다. 소송 비용을 감당할 권력층이나 대형 법무법인들은 판결 확정을 늦추기 위한 수단으로 쓸 것이 분명하다. 억울한 시민을 구제하겠다는 선의가 돈 있는 자들의 법기술로 전락할 수 있다는 의미다. 헌재가 제도 시행 초기 폭증할 사건을 감당할 인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권리 구제는 되레 지연되고 이는 사법 불신이라는 더 큰 비용으로 돌아올 것이다.

대법관 증원도 상고심 적체를 해소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순조롭게 흘러가기 어렵다. 법 공포 후 2년 뒤부터 3년간 총 5년에 걸쳐 대법관 수를 늘리기에 대법관 대다수가 현 정부에서 임명된다. 법원 장악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다. 늘어난 대법관을 보좌하기 위해 일선에서 재판연구관이 대폭 차출되어야 한다. 곧 하급심의 인력 공백으로 이어진다. 대법원만 비대해지고 시민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재판은 부실해질 우려가 크다.

사법개혁 3법은 되돌리기 쉽지 않다. 국회와 사법부가 할 일은 법이 악의적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촘촘한 보완책을 마련하고 감시하는 것이다. 시급한 것은 법안 시행에 따른 혼선을 막기 위한 세부 규칙을 만드는 일이다. 헌재가 법원 판결을 취소했을 때, 이후 어떤 절차를 거쳐 재판을 다시 진행할지에 대한 세부 규정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 또 대법관 증원으로 하급심이 취약해지지 않도록 할 방법도 필수다. 새로 늘어나는 대법관들이 특정 성향이나 지역, 학교 등에 치우치지 않도록 인선 절차를 개선하는 것은 당연하다.

법률의 해석과 적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관계기관 간의 긴밀한 협의가 빨리 따라야 한다. 법원, 헌재 등 관계기관이 머리를 맞대고 후속 대책을 논의해 사법 체계의 혼란을 방지해야 한다. 국회 또한 사법부를 향한 압박보다는 법치주의 원칙에 따라 독립적으로 제도를 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협조해야 한다. 제도 자체에 결함이 있더라도 이를 운용하는 주체들의 양식이 뒷받침된다면 부작용은 최소화할 수 있다. 판사와 검사 등 법 집행자들은 국민의 권익 보호를 최우선에 두고 제도의 허점을 메워나가야 하며, 법왜곡죄나 재판소원이 소송 지연이나 보복의 수단으로 남용되지 않도록 엄격한 운영 기준을 세워야 한다.

법에는 선의가 없다. 오직 엄격한 운용과 끊임없는 보완, 매서운 감시만이 그 법이 정의롭게 작동하도록 할 수 있다. 개혁이라는 이름의 칼이 우리 사회의 법적 안정성을 해치지 않도록, 이제는 내실을 다지는 보완의 시간으로 나아가야 한다. 10년 뒤 우리가 이 법들을 ‘성공한 개혁’으로 기억할지, 아니면 ‘선의로 포장된 재앙’으로 기억할지는 지금부터 우리가 이 법의 맹점을 얼마나 철저히 메워나가는지에 달려 있다.

홍진수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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