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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에서 시작되는 평등

입력 2026.03.08 20:02

수정 2026.03.08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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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 초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데이드 카운티에서 성적지향을 이유로 한 고용·주거 차별을 금지하는 조례가 통과됐다. 이후 ‘Save Our Children(우리 아이들을 구하자)’ 반동성애 캠페인이 광범위하게 진행됐고, 급기야 주민투표로 관련 조례가 폐지됐다. 이 사건은 미국 사회에서 성소수자 차별을 정당화하는 길을 열었고, 보수 기독교 조직화의 출발점이 되었으며, 성소수자 찬반 논쟁을 더욱더 뜨겁게 만들었다.

이 사건의 영향으로 캘리포니아주에서는 1978년 공화당 브릭스 의원의 주도로 주민발의안 제6호(Proposition 6)가 추진됐다. 캘리포니아 교육법을 개정하는 법안 핵심 내용을 보면, 공립학교 교사가 동성애자로 판단되거나 동성애를 옹호·장려·권장하는 행위를 하면 해고가 가능하게 했다. 사적 활동이나 정치 활동도 조사 대상이다. 학교 이사회가 광범위한 조사·징계·해고의 권한을 부여받도록 했다.

당시 교사 노동조합과 성소수자 인권운동 등은 법안이 사생활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표현의 자유, 결사의 자유,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며 적극적인 반대 운동을 시작했다. 영화 <밀크>의 주인공이자 커밍아웃한 최초의 성소수자 정치인 하비 밀크도 당시 유세를 하며 “이 사안은 노동권 문제다. 동성애자 교사는 이미 우리 곁에 존재한다”며 여론을 이끌었다. 해당 법안은 주민투표 결과 부결됐다.

이 같은 경험은 이후 미국 사회에 다양한 변화를 만들어왔다. 노동조합은 성소수자 교사와 학생을 보호하고 포용적인 교육환경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일관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정부의 트랜스젠더 청소년 차별 정책이나 일부 주의 성적지향 등에 대한 교육 제한 법안 도입에 맞서 법적 대응을 펼치기도 했다.

한국은 어떤가. 시대와 국가가 다르지만, 여전히 성소수자 차별을 정당화하는 대표적인 논리 중 하나가 바로 ‘동성애는 우리 아이들에게 위험하다’라는 것이다.

청소년 성소수자의 존재는 인식조차 하지 못한다. 성소수자 교사는 도덕성을 의심받지 않도록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며 학교에서 유령처럼 존재해야 한다. 학교에서 성소수자 인권을 언급하는 것마저 민원 대상이 된다. 성소수자가 혐오의 언어로 표현되거나 괴롭힘과 폭력에 노출되어도 제지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 성소수자 학생의 존재를 지우기 급급한 교육 정책 흐름은 인권을 말하기조차 어렵게 만들고 있다.

지난달 28일 개최된 전교조 전국대의원대회에서 성소수자위원회 설치 안건이 통과됐다. 한국 노동조합 역사상 최초의 결정이다. 학교를 성소수자 친화적으로 바꿔가겠다는 다짐의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성소수자 교사모임 QTQ에 이어 노동조합 내 성소수자위원회 설치는 분명 교육 현장을 보다 더 안전하고 평등하게 만들 수 있는 시작이 될 것이다. 성소수자 교사의 노동권과 성소수자 학생의 학습권 모두를 지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여전히 학교는 성소수자에게 안전한 공간이 아니다. 과거 인권침해 역사가 반복되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교실에서도, 교무실에서도 성소수자 권리를 계속 이야기해야 역사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정민석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센터 띵동 대표

정민석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센터 띵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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