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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다가 베인다…욕망이 부른 파멸의 활극 ‘칼로막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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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무대 위, 금방이라도 싸움을 벌일 듯 경계하며 어슬렁거리던 검객들 사이에서 한 노승이 작품 설명을 시작한다.

원작이 중세 스코틀랜드를 배경으로 권력 욕망에 사로잡힌 장군 맥베스의 파멸을 그린 비극이라면 <칼로막베스>는 이야기를 전혀 다른 세계로 옮겨 놓았다.

왕과 귀족 대신 구제불능 악당들과 반동 혈통들이 권력다툼을 벌이는 디스토피아적 미래 '세렝게티 베이'를 무대로, 보스의 신임을 받던 서부구역장 막베스가 맹인술사의 예언과 아내의 야망에 휘말리며 권력찬탈의 욕망에 휩싸이는 이야기를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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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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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다가 베인다…욕망이 부른 파멸의 활극 ‘칼로막베스’

입력 2026.03.09 10:29

수정 2026.03.09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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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정연 기자
  • 기사를 재생 중이에요

연극 <칼로막베스>의 한 장면. 옐로밤 제공

연극 <칼로막베스>의 한 장면. 옐로밤 제공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무대 위, 금방이라도 싸움을 벌일 듯 경계하며 어슬렁거리던 검객들 사이에서 한 노승이 작품 설명을 시작한다.

“먼 먼 미래, 교도소가 강력범들과 무정부주의자로 넘치며 수용 불능 상태가 선포됩니다. 경찰 정부는 80m 높이의 담장을 치고 47만평 규모의 거대한 수용소를 모처에 만듭니다. 이른바 세렝게티 베이!(중략) 이 이야기는 그 후손들에 관한 겁니다” 친절한 배경 설명에, “16년 전 동아연극상 수상 작품!” 작품 홍보 문구로 쓰일 법한 ‘셀프 홍보’가 튀어나오며 순식간에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든다. “대충하고 칼질 해!” 거친 고함과 함께 강렬한 헤비메탈 음악이 울려퍼지며 세렝게티 베이 검객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연극 <칼로막베스>의 한 장면. 옐로밤 제공

연극 <칼로막베스>의 한 장면. 옐로밤 제공

지난달 27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막을 올린 연극 <칼로막베스>는 시작부터 관객의 허를 찌른다. 저항없이 터지는 유머가 객석의 긴장을 단숨에 무너뜨리며 관객들은 110여 분의 시간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칼로막베스>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맥베스>를 재해석한 연극이다. 고선웅이 연출해 2010년 초연한 이 작품은 당시 단 3일간의 공연으로 이듬해 동아연극상 작품상과 연출상을 동시에 거머쥐며 화제를 모았다. 올해 극공작소 마방진 창단 20주년을 맞아 16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랐다.

연극 <칼로막베스>의 한 장면. 옐로밤 제공

연극 <칼로막베스>의 한 장면. 옐로밤 제공

원작이 중세 스코틀랜드를 배경으로 권력 욕망에 사로잡힌 장군 맥베스의 파멸을 그린 비극이라면 <칼로막베스>는 이야기를 전혀 다른 세계로 옮겨 놓았다. 왕과 귀족 대신 구제불능 악당들과 반동 혈통들이 권력다툼을 벌이는 디스토피아적 미래 ‘세렝게티 베이’를 무대로, 보스의 신임을 받던 서부구역장 막베스가 맹인술사의 예언과 아내의 야망에 휘말리며 권력찬탈의 욕망에 휩싸이는 이야기를 그렸다. 공간은 달라졌지만 권력을 탐하는 인간의 욕망과 그 욕망이 불러오는 파멸이라는 서사의 뼈대는 그대로다. 여기에 무협 액션과 동양적 정서, 유머를 덧입혀 장난기 가득한 액션 활극으로 탈바꿈했다.

‘무협액션극’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무대는 시종일관 칼부림과 몸싸움이 이어지는 격렬한 에너지로 가득하다. 초연에 이어 이번에도 주역 ‘막베스’를 연기하는 김호산은 검도와 택견 등 무술 도합 10단의 유단자다. 배우들은 맨몸에 목검 하나로 끊임없이 결투를 이어나가며 냉혹한 권력의 세계를 지치지 않고 질주한다.

연극 <칼로막베스>의 한 장면. 옐로밤 제공

연극 <칼로막베스>의 한 장면. 옐로밤 제공

고선웅 연출 특유의 익살스러운 대사와 언어유희는 빼놓을 수 없는 재미요소다. 제목부터가 이미 농담이다. ‘칼로 막 베는 막베스’라 ‘칼로막베스’다. “칼 있으마” “막쏴쓰” 같은 말장난이 수시로 등장하고, 관객에게 막베스를 험담하다 칼을 맞자 “방백이었는데…”하며 쓰러지는 식이다. 뻔뻔해서 어이없이 터지는 웃음이 비극의 무게감을 이완하는 덕분에 관객은 어렵지 않게 피비린내 나는 살육극을 즐길 수 있다.

첫 연극 무대에 도전하는 소리꾼 김준수의 연기도 눈여겨 볼만하다. 국립창극단 출신인 그는 ‘막베스의 처’(원작의 레이디 맥베스)역을 맡아 남편 막베스를 부추겨 파멸로 이끄는 욕망의 화신으로 분했다. 창극단 ‘간판스타’로 불린 그의 연기력은 연극 무대 위에서도 여지없이 발휘된다. 교태와 분노, 탐욕을 오가며 결국 미쳐가는 팜므파탈 연기는 보는 이를 단숨에 홀릴 만큼 인상적이다.

연극 <칼로막베스>의 한 장면. 옐로밤 제공

연극 <칼로막베스>의 한 장면. 옐로밤 제공

황량한 무법지대에서 펼쳐지는 기묘한 활극은 시대와 공간을 초월해 권력과 욕망 앞에 흔들리는 인간의 본성을 비춘다.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액션과 웃음 뒤 씁쓸한 여운이 남는 이유다. 파멸이라는 종착지를 향해 가는 줄도 모른 채 질주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은 씩씩하고도 기세등등하다. 그래서 웃프다.

<칼로막베스>는 15일까지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공연한 뒤 다음 달 3~4일 부산문화회관 중극장, 10~11일 성남아트센터 앙상블시어터 무대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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