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들이 9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초기 수습 실패와 국가 책임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2024년 12월29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179명이 숨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당시 희생자로 추정되는 유해 일부가 1년여만에 발견되자 유가족들이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나섰다.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9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참사 1년2개월 이상 지난 뒤에야 유해가 발견된 것은 초기 수습이 얼마나 부실했는지 단적으로 증명한다”며 “초기 수습 과정을 다시 조사하고 책임자를 문책하라”고 밝혔다.
김유진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참사 당시 아버지의 손가락이라도 찾게 해달라는 기도를 드렸지만 찾지 못했다”며 “그런데 지난 5일 1년여 간 방치된 여객기 잔해 속에서 발견된 첫 번째 유해가 아버지의 것이라는 국립과학수사원의 결과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1년이 넘어 아버지의 묘소에 풀이 무성한데 이제 와서 다시 장례를 치르라는 것이냐”고 말했다. 김 대표가 말하는 동안 곳곳에서 유가족들의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참사로 딸을 잃은 한 유가족은 “참사 이후 딸의 흔적을 보고 싶었지만 탄 냄새와 기름이 범벅된 곳에서 유품을 찾을 수 없었다”며 “이제 와서 그 많은 유품이 비와 눈과 바람을 맞으며 쓰레기와 함께 방치되어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무안공항을 아직 떠나지 못하는 것은 진상규명이 아직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우리 딸이 왜 죽었는지 제대로 밝혀지는 그 날 우리는 집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들이 9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초기 수습 실패와 국가 책임 규탄’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국토교통부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전남경찰청 과학수사대는 지난달 26일부터 여객기 잔해를 재조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희생자로 추정되는 유해 9점이 잇따라 발견됐다. 희생자들의 것으로 추정되는 물품도 발견됐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월15일 “잔해 수습 99% 완료”라고 발표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인 김종기 재난참사피해자연대 대표는 “31년 전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땐 희생자들의 유해를 다른 잔해들과 함께 난지도 쓰레기 매립지에 버렸고 대구지하철참사 때도 유해를 쓰레기와 함께 갖다 버렸다”며 “수십년이 지나도 똑같은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수습 실패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고 초기 수습을 담당한 당시 국토부 책임자들을 문책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희생자의 존엄을 최우선으로 하는 인권 중심의 사고 수습 매뉴얼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김 대표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이런 요구사항이 담긴 항의 서한을 주진우 대통령실 공공갈등조정비서관에 전달했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이날 국토부 기자실에서 “가슴이 무너졌을 유가족과 국민께 정부를 대표해서 고개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 대표인 김유진씨(왼쪽)가 9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초기 수습 실패와 국가 책임 규탄 기자회견 ’후 주진우 청와대 공공갈등조정비서관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하다 오열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