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중동 정세가 악화되면서 국제 유가가 치솟고 있는 가운데 9일 서울 서초구 만남의광장(부산방면) 휴게소 주유소에 기름을 넣으려는 차량들이 줄지어 서 있다. 문재원 기자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유가가 급등하자 정부가 국내 기름값 안정을 위해 ‘석유 최고가격제’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산업통상부는 9일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을 위한 고시 제정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석유사업법) 23조에 따르면, 산업부 장관은 석유의 수입·판매 가격이 현저하게 등락하거나 등락할 우려가 있는 경우 석유 제품의 국제 가격 및 국내외 경제 사정을 고려해 석유정제업자, 석유수출입업자, 석유판매업자의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액 또는 최저액을 정할 수 있다. 최고액 또는 최저액을 정하면 고시해야 하는데, 이번에는 급등 우려로 시행하는 것이라 최고액만 고시할 가능성이 크다.
위반 시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되고, 초과 수익은 정부가 환수한다.
정부는 제도가 시행되면 단기적으로는 급등하는 국내 유가를 억제하고 시장의 가격 상승 심리를 완화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동시에 유통 과정에서의 불공정 행위나 과도한 가격 인상 등을 단속하는 근거가 돼 소비자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정부가 지정한 최고액·최저액으로 기업이 입은 손실을 정부가 재정 지원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이 있어 1997년 유가 자유화 조치 이후 지난 30년간 사실상 사문화됐다. 의무 조항은 아니지만 법적 분쟁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정부는 특정 기간을 정해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가격 개입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있지만 일정 조건하에 일정 기간 시행하는 건 가능하니 잘 준비해서 시행해달라’고 말하자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