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선거 앞둔 트럼프, 고유가 비난 우려…양국 첫 의견 충돌
전문가, 이란 정권 교체·종전 계획 등 갈등 확대 가능성 제시
“트럼프, 전쟁 멈추라” 보스턴서 시위 8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열린 세계여성의날 행진 참석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이란 전쟁에 반대하는 푯말을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이 이스라엘의 이란 저유소 공습 강도가 예상보다 강했던 것에 당황해 이스라엘에 불만을 표시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열흘째로 접어들면서 이번 전쟁의 방향과 목표에 대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견이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미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에 따르면 미국은 이스라엘이 8일(현지시간) 이란 내 저유소 약 30곳을 공습한 것을 두고 예상보다 공격 범위가 넓었다며 당혹스러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 행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전날 저녁 이스라엘의 이란 저유소 공습이 진행된 이후 미국은 이스라엘에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이냐”는, 비속어가 섞인 메시지를 보냈다. 미 정부 관계자는 미군이 이번 공격이 얼마나 광범위한지를 알고 난 뒤 매우 놀랐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저유소가 불타는 이미지가 시장의 불안심리를 자극해 국제유가를 더욱 끌어올리고, 고유가에 대한 유권자들의 비난이 자신들에게 향할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 고문은 액시오스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 공격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이는 사람들에게 휘발유 가격 상승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액시오스는 이스라엘의 이번 공격에 대해 이란 전쟁 개시 후 미·이스라엘 간에 처음으로 이견이 발생한 사례라며 양국 고위급 회담에서 미국이 이번 전쟁에서 기대하는 바와 이번 사안에 관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미·이스라엘이 전쟁의 방향을 두고 이견을 보이는 게 이번이 마지막이 아닐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이스라엘은 이란 차기 정권에 대해 서로 다른 그림을 그려왔다. 이스라엘은 현 이란 체제를 그대로 두면 이란이 언젠가는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재건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어 ‘이란 정권 붕괴’를 양보할 수 없는 이번 전쟁의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현 정권 내부 인사일지라도 농축 우라늄을 포기하고 미국에 이란 석유산업의 일부를 양보할 의향이 있다면 차기 지도자로 수용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쳐왔다.
전쟁을 끝내는 시기와 방식에 대해서도 양국 정상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6월 이란 공습, 그해 7월 시리아 공습 당시 미국의 통제에서 벗어나 단독으로 역내 분쟁 확대를 시도한 바 있다. 당시 백악관은 “비비(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애칭)는 미친 사람처럼 행동하면서 항상 모든 것을 망쳐놓는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제러미 보언 BBC 국제뉴스 편집장은 “네타냐후는 이란 내부에 혼란과 위기가 촉발되더라도 이스라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한 오히려 환영할 것”이라면서 “걸프국들이 이란의 혼란에 신경 쓰느라 바빠지면 이스라엘을 위협할 처지가 못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반면 트럼프는 잃을 것이 많다”면서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휘발유 가격을 신경 써야 하고 세계 강대국으로서 걸프 국가들과의 관계도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이 전쟁에서 그가 바라는 방식으로 빠져나오는 것이 불가능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타임스오브이스라엘 전화인터뷰에서 종전 시기·방식을 자신이 결정할 것이라면서도 네타냐후 총리 역시 발언권을 갖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 시점을 정할 때 네타냐후 총리도 발언권을 갖게 되느냐는 질문을 받자 “어느 정도 상호적인 결정이 될 것”이라며 “나는 모든 요소를 고려해 적절한 시점에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미국이 공습을 중단한 후에도 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계속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답변을 피하면서도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