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용 한국은행 국민소득부장(가운데)이 10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에서 2025년 연간 국민소득 설명회를 열고 있다. 한은 제공
지난해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년 연속 3만6000달러대에 머물면서 대만·일본에 추월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화 기준으로 1인당 GNI가 전년보다 4.6% 증가했지만 달러 기준으로는 원화 가치 하락 탓에 증가율이 0.3%에 그쳤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2025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 통계를 보면, 지난해 1인당 명목 GNI는 5241만6000원으로 전년(5012만원)보다 4.6% 증가했다. 달러 기준으로는 3만6855달러로 전년(3만6745달러)보다 0.3% 증가했다. 달러 기준으로 하면 사실상 국민총소득이 제자리걸음했다는 뜻이다. 지난해 연간 원·달러 환율이 4.3% 오르면서 달러 기준 증가율이 원화 기준보다 4.3%포인트 낮았다.
국민 생활수준을 보여주는 지표인 1인당 GNI는 국민(기업·정부 포함)이 1년 동안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총소득을 인구로 나눈 값이다. 국제 비교를 위해 달러 기준으로도 환산해 집계한다.
한국의 1인당 GNI(달러 기준)는 2014년 처음 3만 달러를 돌파한 뒤 꾸준히 증가해 2021년 3만7898달러로 정점을 찍었다. 2022년 급격한 원화 가치 하락으로 3만5000달러대로 내려왔고, 2023년 이후에는 3년째 3만6000달러대에 머물렀다.
한국의 1인당 GNI는 2024년 기준 인구 5000만명 이상 국가 중에서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에 이어 6위였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으로는 일본에 따라잡혀 7위로 떨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김화용 한은 국민소득부장은 “지난해 12월 (국민계정) 기준년 개편에 따라 경제 규모가 확대된 일본은 1인당 GNI가 3만8000달러 초반대”라며 “지난해 반도체 호황의 수혜를 크게 받은 대만도 4만585달러로 한국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1인당 GNI가 4만달러를 달성할 시기와 관련해선 “앞으로 환율 영향이 0이라고 가정하면 2027년에는 4만달러를 넘게 된다”고 했다.
지난해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잠정치는 지난 1월 공개된 속보치와 같은 1.0%로 집계됐다. 다만 속보치에 포함되지 못한 지난해 12월 통계가 반영되면서 4분기 성장률은 -0.3%에서 -0.2%로 상향 조정됐다. 반도체 공장 건설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척되면서 건설투자가 더 늘었고, 정부소비도 상향 수정된 영향이다.
한은은 이란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올해 성장률과 물가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상당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장은 “이번 충격의 경제적 여파는 결국 현 상황의 장기화 여부에 의해 크게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