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발전·한전KPS 대표 등은 ‘불송치’
사고 원인은 ‘2인 1조 작업 위반’ 등 다수
경찰 “위험관리 공백 노출 쉬운 고용 형태”
대책위 “책임자 책임 강화됐음에도 소극적 판단”
김상훈 충남경찰청 형사기동대장이 10일 열린 ‘태안화력발전소 정비 노동자 사망사고’ 수사 결과 언론브리핑에서 관련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강정의 기자
지난해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혼자 작업을 하다 숨진 고 김충현씨 사망사고와 관련해 원청과 하청 관계자들이 검찰에 넘겨졌다. 사고 발생 8개월여 만이다.
충남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한국서부발전 1명과 한전KPS 4명, 한국파워O&M 3명 등 관리·감독자 8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들은 현장 안전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지난해 6월2일 오후 2시20분쯤 태안화력발전소 내 한전KPS 태안사업처 정비동 1층 공작기계실에서 김씨가 기계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김씨는 파손된 발전설비 부품을 가공하다 회전하는 가공물에 작업복 소매가 끼는 사고를 당해 다발성 손상으로 사망했다.
다만 같은 혐의로 고발된 한국서부발전 대표와 한전KPS 대표, 한전KPS 발전안전사업본부장 등 3명에 대해서는 “사고와 관련한 구체적인 주의의무 위반과 예견 가능성을 인정할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불송치했다.
경찰 조사 결과 사고 원인은 선반 방호장치 미흡과 선반 가공물 고정 불량 등 안전관리 소홀, 2인 1조 작업 원칙 위반, 작업 절차 미준수, 형식적인 위험성 평가 등으로 밝혀졌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와 처벌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재 고용노동부가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태안화력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 소속 노동자들과 유족이 3일 충남 태안군 한국서부발전 본사 앞에서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06.03 /서성일 선임기자
김상훈 충남경찰청 형사기동대장은 “한전KPS 2차 협력사 노동자의 고용 형태는 매년 한전KPS로부터 경상정비 공사를 수급하는 사업주가 바뀔 때마다 소속 회사가 바뀌는 단기계약직 구조”라며 “이 같은 고용 구조는 위험관리 공백에 노출되기 쉽고 노동자 간 위계와 차별, 고용 불안이 결합해 작업 절차 위반이나 관리·감독 태만에 문제 제기를 하기 어려운 구조적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구조가 ‘무오더·무절차’ 작업, 단독 작업, 형식적인 TBM 등 안전관리 관행을 고착시키고 구조적인 불법파견 논란으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사고 직후 형사기동대장을 팀장으로 하는 수사관 40명 규모의 전담팀을 꾸려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지난해 6월16일 고용노동부 특별사법경찰관과 합동으로 태안화력발전소와 한전KPS, 한국파워O&M 등 12곳을 압수수색해 284점의 증거자료를 확보했으며 8개월 동안 관련자 36명을 조사해왔다.
이번 사망사고에서 경찰이 원·하청 최고 책임자를 송치하지 않은 데 대해 태안화력 고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는 반발하고 나섰다.
대책위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한국파워O&M으로 이어지는 2중 하청 구조에서 업무처리 절차를 지배하고 통제하는 자는 결국 서부발전과 한전KPS의 최고 책임자”라며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사업주와 도급인의 경영책임자들에 대한 책임이 강화됐음에도 충남경찰청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전 과거 업무상과실치사에 대한 소극적인 판단을 그대로 답습했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충남경찰청을 향해 서부발전 대표이사와 한전KPS 대표이사 등 실질적 책임자들에 대한 불송치 결정을 철회하고 재수사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과거 고 김용균 사망 사건에서도 경찰은 서부발전 대표이사 등 최고 책임자들을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지만, 검찰은 서부발전 대표이사를 포함한 실질적 고위 책임자들에게 업무상과실치사의 책임을 물어 기소했다”며 “이번 사건에서도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이 서부발전 대표이사와 한전KPS 대표이사를 중대재해처벌법·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입건한 사실에 비춰 볼 때 불송치 결정은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책위는 또 대전지검 서산지청에 재수사를 지휘해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을 촉구했으며 재하청 구조의 가장 말단에 있는 현장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부당한 수사를 중단하라고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