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점업체 부담으로 찍은 쿠폰 임의 소멸시킨 혐의
정효진 기자
검찰이 입점 업체로부터 광고비를 먼저 받아 발행한 할인쿠폰을 임의로 소멸시킨 혐의를 받는 온라인 숙박 플랫폼 ‘야놀자’와 ‘여기어때’를 압수수색했다.
10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나희석)는 이날 오후 1시부터 서울 강남구에 있는 여기어때(사업자명 여기어때컴퍼니)와 경기 성남시에 있는 야놀자(사업자명 놀유니버스)에 검사와 수사관 수십명을 보내 압수수색을 벌였다. 두 기업은 온라인 숙박예약업계 1위와 2위 업체다.
여기어때는 2018년부터 2024년까지 입점업체가 미사용한 쿠폰 359억원 상당을, 야놀자는 2017년부터 2024년까지 약 12억원 상당을 임의로 소멸시킨 혐의(공정거래법상 거래상 지위 남용)를 받는다.
두 기업은 중소 숙박업소(모텔)에 쿠폰 비용을 포함한 고급형 광고 상품을 할인쿠폰과 연계해 팔았다. 두 기업에 입점한 업체(업소)가 이 광고상품을 구매하면 할인쿠폰이 발행되는 식이었다. 할인쿠폰 발행 비용은 입점 업체가 선부담했다. 그런데 이 할인쿠폰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사용하지 않아도 별도 보상 없이 소멸됐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입접업체가 떠안았다. 피해업체는 250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8월 이 같은 부당 행위와 관련해 야놀자에는 5억4000만원, 여기어때에는 10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이후 중소벤처기업부가 형사처벌이 필요하다고 보고 공정위에 고발요청권을 행사해 검찰이 수사에 나서게 됐다. 검찰은 중소상공인의 피해 규모는 물론 거래 구조의 위법성 문제가 크다고 보고 직접 수사에 나섰다.
검찰이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을 넘어 사기나 횡령·배임 혐의까지도 들여다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두 기업이 입점 업체들에 할인쿠폰의 소멸 시기 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판매했다면 사기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입점 업체들이 먼저 부담한 할인쿠폰 발행 비용을 야놀자와 여기어때가 제대로 정산하지 않은 것이 확인되면 횡령·배임죄로도 수사할 수 있다.
법조계 안팎에선 이번 수사를 두고 검찰이 정부의 중수청·공소청 신설과 수사권 폐지 추진 등을 앞두고 민생경제 사건수사에 더 주력해 존재감을 키우려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검찰은 최근 밀가루·설탕가격 담합 등 대형 기업담합 사건 등의 수사 결과를 잇달아 내놓으면서 수사 역량 보존과 보완수사권 필요성 등을 주장하고 있다.
이번 수사가 플랫폼 불공정 거래 행위를 단죄하는 계기가 될지도 주목된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공정위 업무보고에서 “한국기업은 갑을 관계에서 오는 기업 간 불공정이 특히 심하다. 다른 나라는 무기징역형이나 징역 100년형을 받을 것”이라며 거래상 지위 남용 문제를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또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근절하려면 소비자 고발권이 필요하다며 공정위의 전속 고발권을 폐지해야 한다고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