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이 10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여야에 개헌특별위원회 구성을 요청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우원식 국회의장이 10일 여야가 합의 가능한 최소 수준 개헌안을 마련해 6·3 지방선거와 동시에 국민투표를 실시하자며 “3월17일까지 국회 개헌특별위원회를 구성해달라”고 요청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공감한다고 밝혔지만 국민의힘이 반대해 지방선거에서 개헌 투표가 성사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우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방선거일에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 시행하려면 4월7일까지는 개헌안이 발의돼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개헌안을 20일 이상 공고해야 한다. 국회는 공고일로부터 60일 이내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개헌안을 의결하고, 국회 의결 후 30일 이내 열리는 국민투표에서 과반수가 찬성해야 개헌이 이뤄진다.
우 의장은 여야가 합의 가능한 개헌 내용으로 3가지를 꼽았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48시간 내에 국회 승인을 받지 못하면 계엄 무효가 되도록 국회의 계엄 통제권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일으킨 12·3 내란을 비롯한 불법계엄의 재발을 막으려는 취지다. 또 헌법에 5·18 광주민주화운동 정신을 수록하고 국가의 지역균형발전 책임을 명시하자고 제안했다.
우 의장은 “국민투표법 개정으로 개헌의 절차적 걸림돌이 해소됐다”며 “한꺼번에 (개헌을) 하려다가 아무것도 못 하는 세월을 반복하지 말고 할 수 있는 만큼, 합의되는 만큼만 한다는 방향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범여권은 우 의장 제안에 동의했다.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원포인트 개헌은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이 먼저 제안했고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며 “개헌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박병언 조국혁신당 선임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지방선거의 내용을 더욱 빛낼 적절한 제안”이라며 “적극 환영한다”고 밝혔다. 조정식 대통령정무특별보좌관도 이날 페이스북에 “우 의장님의 개헌 긴급 제안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며 “내란을 겪고도 헌법 한 줄 못 바꾸면 우리 정치의 직무유기”라고 적었다.
국민의힘은 개헌이 선거 일정에 맞춰 급하게 추진할 사안이 아니란 입장이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국회가 민생을 보듬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시국으로 한가하게 개헌을 논할 시기가 아니다”라며 “이런 식의 선거용 개헌정치에 동의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정점식 정책위의장도 이날 페이스북에 “개헌 논의를 진행할 적절한 시기는 지방선거 이후가 바람직하다”며 “우 의장 임기 내에 개헌을 성사시키기 위한 정치적 일정에 맞춰 추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고 적었다.
개헌은 여야가 모두 동의해야 가능하다. 개헌안 의결에 재적의원 3분의 2(198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범여권 의원을 전부 합쳐도 186명(민주당 162명, 혁신당 12명, 진보당 4명, 기본소득당 1명, 사회민주당 1명, 무소속 6명)이기에 처리가 불가능하다. 야권(국민의힘 107명, 개혁신당 3명)에서 최소 12명 이상이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
우 의장은 국민의힘이 전날 의원총회에서 ‘윤어게인 반대’ 결의문을 채택한 것에 대해 “절윤(윤 전 대통령과의 단절)인지 아닌지는 아직 명확하게 정리돼 보이지는 않는다”며 “국민의힘이 (개헌안에) 어떤 태도를 취하는가 보면 국민께서 어제 (결의안) 내용이 진정성이 있는지 판단하시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기자들이 ‘여야가 개헌안을 합의하지 못할 경우 우 의장이 직접 발의할 계획이 있느냐’고 묻자 “여러 옵션 중에 충분히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면서도 “여야가 합의한 개헌특위가 이상적이고 그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점은 흔들림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