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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미국·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시작된 이란 전쟁이 열흘 넘게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란 여자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국제적 외교 사건의 한복판에 섰다.

이란 대표팀은 지난 5일 호주를 상대로 치른 두 번째 경기부터는 국가를 부르고 거수경례를 했는데, 이를 두고 이란 정부 등으로부터 압박을 받은 게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됐다.

이란 대표팀이 지난 8일 리그에서 최종 탈락해 귀국해야 할 상황이 되자 이란계 호주 정치인, 이란계 교민 등은 망명 절차를 서둘러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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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안 불러 “전시 반역자”된 이란 여자 축구선수들···5명 호주로 망명

입력 2026.03.10 17:24

  • 김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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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현지시간) 호주 아시안컵에서 한국과의 경기 전 국가가 연주될 때 침묵하고 있는 이란 여자 축구대표팀. AFP연합뉴스

지난 2일(현지시간) 호주 아시안컵에서 한국과의 경기 전 국가가 연주될 때 침묵하고 있는 이란 여자 축구대표팀. AFP연합뉴스

미국·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시작된 이란 전쟁이 열흘 넘게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란 여자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국제적 외교 사건의 한복판에 섰다. 아시안컵 경기 중 이란 국가를 부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배신자” 딱지가 붙은 이들을 향해 국제사회의 우려가 쏟아졌다. 호주 정부는 10일(현지시간) 이들 중 5명의 망명을 허용했다.

사건의 시작은 지난 2일 호주에서 열린 여자 아시안컵 개막전이었다. 한국과의 경기에 앞서 이란 여자 축구대표팀은 국가가 울려 퍼지는 동안 침묵을 지켰다. 이란 내부에선 정부에 대한 항의 표시라는 해석이 뒤따랐다. 이란 국영TV 진행자는 이들이 “불명예스럽고 애국심이 결여된” 행동을 한 “전시 반역자”라고 비판했다. “배신의 오명이 그들의 이마에 영원히 새겨져야 하며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국제사회에선 이들이 이란에 돌아가면 투옥 또는 사형에 처할 수 있는 위협을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며 호주 정부에 망명 허가를 촉구하기 시작했다. 여성의 권리를 억압해온 이란에선 축구대표팀 선수에게 골 세레머니 중 히잡이 벗겨졌다는 이유로 출전 정지 징계를 내리기도 했다. 이란 대표팀은 지난 5일 호주를 상대로 치른 두 번째 경기부터는 국가를 부르고 거수경례를 했는데, 이를 두고 이란 정부 등으로부터 압박을 받은 게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됐다.

이란 대표팀이 지난 8일 리그에서 최종 탈락해 귀국해야 할 상황이 되자 이란계 호주 정치인, 이란계 교민 등은 망명 절차를 서둘러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호주 자유당 소속 줄리안 리저 의원은 집권 노동당을 향해 “이들이 직면한 위험을 외면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마지막 경기 후 경기장을 떠나는 대표팀 버스에는 선수들을 지지하는 이들이 모여 “우리 선수들을 구해달라”고 외치기도 했다. 선수 보호를 요청하는 호주 정부 청원에는 9일 기준 6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서명했다.

토니 버크 호주 내무부 장관은 이날 여자 축구대표팀 선수 5명에 대해 인도주의 비자 발급 절차를 마쳤다고 밝혔다. 버크 장관은 “호주는 이란 여자 축구팀을 우리 마음속에 받아들였다”며 자신이 직접 이들을 안전한 장소에서 만나 망명 관련 절차를 밟았다고 전했다. 망명을 택한 선수 5명은 호주 A리그의 브리즈먼 로어에서 훈련할 수 있는 제안을 받았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토니 버크 호주 내무부 장관과 10일(현지시간) 호주로 망명하기로 한 이란 여자 축구대표팀 선수 5명의 모습. 망명한 5명은 자흐라 사르발리 알리샤, 모나 하무디, 자흐라 간바리, 파테메 파산디데, 아테페 라메자니자데다. AP연합뉴스

토니 버크 호주 내무부 장관과 10일(현지시간) 호주로 망명하기로 한 이란 여자 축구대표팀 선수 5명의 모습. 망명한 5명은 자흐라 사르발리 알리샤, 모나 하무디, 자흐라 간바리, 파테메 파산디데, 아테페 라메자니자데다. AP연합뉴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도 “호주 국민은 이 용감한 여성들의 어려운 처지에 마음이 움직였다”며 “그들은 이곳에서 안전하며, 편안함을 느껴야 한다”고 밝혔다. 추가 망명 여부에 대해서는 “매우 민감한 상황으로 최종 결정은 그들에게 달려 있다”면서도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도움을 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란 대표팀은 총 20명으로 나머지 선수들의 추가 망명 여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일부 선수들은 이란에 남은 가족의 안전을 우려해 망명 신청을 망설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호주 당국은 2021년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했을 때도 여자 축구 대표팀 선수들과 가족을 멜버른으로 대피시켰다. 당시에도 선수들은 공개석상에서 운동 경기에 참여하며, 주체적인 행동을 하는 여성이란 이유로 탈레반의 표적이 됐다. 호주에서 새 삶을 시작한 이들은 호주 빅토리아주의 준프로축구 리그에서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고 미 외교전문지 더디플로맷은 전했다.

호주 당국의 이번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 망명 허가를 촉구한 직후 이뤄지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SNS 트루스소셜에 “호주는 이란 여자 축구대표팀이 살해될 가능성이 큰 이란으로 돌아가도록 허용함으로써 끔찍한 인도주의적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며 “망명을 받아달라. 호주가 받아주지 않으면 미국이 그들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적었다. 이후 별도의 글에서 앨버니지 총리와 통화한 사실을 알리며 “그가 이 문제를 처리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뉴욕타임스는 이란 내 반체제 인사나 종교·민족 소수자들이 박해받을 우려에도 불구하고 올해 초까지 이란인을 본국으로 추방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이러한 행보에 나선 것은 모순적인 태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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