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세대 부담 우려에 당초 의제서 제외한 ‘후기 감축형’ 추가
산업계 반발 고려한 듯…숙의참여자들 “위헌 소지 있다” 항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 개정을 위한 공론화 절차가 시작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의제숙의단이 배제하기로 한 후기 감축형(볼록형) 감축 경로를 공론화위원회가 설문조사 선택지에 포함했기 때문이다. 볼록형 감축 경로는 온실가스 감축 부담이 후반부에 집중되는 구조다.
10일 취재를 종합하면,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공론화위 의제숙의단은 지난달 26~28일 3일간 워크숍을 열고 시민대표단 300명이 논의할 의제를 ‘감축 목표’ ‘감축 경로’ ‘이행 수단’ 등 세 가지로 정하기로 합의했다. 공론화는 의제숙의단이 토론 의제를 정한 다음 시민대표단의 설문조사 및 논의를 거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시민, 전문가 등 31명으로 구성된 의제숙의단은 시민대표단이 논의할 세 가지 의제를 정하고 감축 목표에 대해서는 설문조사 문항까지 합의했다. ‘온실가스를 어느 정도 속도로 줄일 것인지’를 정하는 감축 경로 의제에서는 토론과 표결을 거쳐 ‘볼록형’을 제외하기로 합의했다.
볼록형은 2031~2040년보다 2041~2049년에 더 많은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경로로 미래 세대에게 감축 부담을 떠넘기는 방식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누적 배출량 증가로 기후변화 영향이 커질 수 있는 상황에서, 뒤로 갈수록 더 많은 온실가스를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론화위는 지난 5일 의제숙의단의 합의를 뒤집고 볼록형 감축 경로를 설문 선택지에 추가하기로 했다. 이런 결정을 공식화하지는 않았지만, 내부적으로는 경로 추가 방침을 확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론화위는 산업계 반발을 고려해 이렇게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의제숙의단 일부 구성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의제숙의단 참여자 9명은 공론화위에 보낸 항의 서한에서 “헌법재판소는 감축 경로와 관련해 ‘미래에 과중한 부담을 전가하지 않을 것’을 기준으로 분명히 제시한 바 있다”며 “볼록형 경로는 감축 부담을 미래로 미루는 방식으로, 시민대표단에게 위헌 소지가 있는 선택지를 제시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공론화 절차의 공정성과 신뢰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이들은 “숙의 과정과 표결을 통해 도출된 결과를 공론화위가 뒤집는다면 공론화 절차의 민주적 신뢰성과 숙의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며 “공론화위원회가 의제숙의단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이창훈 공론화위원장은 “의제숙의단의 고민과 우려는 이해한다”면서도 “다만 공론화위 내부에서는 최종 결과의 타당성을 보장하기 위한 절차를 만들기 위한 고민을 많이 했고, 시민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판단하기 쉬운 방향으로 문항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조정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