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10년 전 이맘때 세계의 이목이 사람 한 명과 기계 한 대에 쏠렸다. 당시 프로바둑 세계 1위 이세돌 기사와 인공지능(AI) 알파고가 그 주인공이다.
둘 간의 대국은 알파고의 완승으로 끝났다. 사람들은 다섯 번의 대국 중 사람이 한 판밖에 이기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표했지만 누가 알았겠는가? 그 한 판의 승리 덕분에 10년이 된 지금까지도 이세돌 9단은 AI를 이긴 유일한 인류로 꼽히며 기념되었음을 말이다.
이 세계사적 대결이 이뤄질 당시 프로바둑 기사들은 알파고의 수를 두고 “바둑 격언에 어긋난다”느니, “사람이면 저런 수를 두지 않는다” “바둑 역사에 없던 수다” 하며 격하하기에 거리낌이 없었다. 그러다 알파고가 4 대 1로 완승을 거두고, 그 이듬해 진화된 알파고가 당시 세계 1위였던 커제 9단을 5 대 0으로 완파하고 바둑계에서의 은퇴를 선언하자, 프로바둑 기사들은 AI의 수에 대해 ‘창의적’이라는 평가를 주저함 없이 내렸다.
창의력은 인간에게만 있는, 인간 고유의 역량이라는 전제가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주지하다시피 AI의 계산 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인간과 AI에 똑같이 1초라는 시간이 주어졌을 때 AI는 인간이 헤아리는 바의 수십억, 수백억 배를 헤아린다. 곧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서 계산한 결과가 창의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창의력이란 것도 결국은 계산의 결과라는 얘기가 된다. 창의력이 인간만의 고유 역량이 아니었음을 알파고가 보여줬던 셈이다.
여기에 우리가 주목해야 할 바가 하나 더 있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은 탁월한 성취를 이룬, 그만큼 뛰어난 역량을 지닌 사람과 AI 간 대결이었다는 점이다. 이는 AI의 역량이 사람의 평균적 역량을 능가함을 시사해준다. 혹자는 말한다. AI는 인간의 상상력이나 감성 등을 소유하지 못한다고. 그러나 이는 인간과 AI의 다름에 대한 얘기이지 둘 간의 능력 차이에 대한 얘기가 아니다. 그래서 AI가 인간을 뛰어넘을 수 있는지란 물음은 더는 무의미할 수 있다.
그보다는 평균적 인간이 어떻게 AI와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것인지, 가령 인간을 넘어서 있는 AI를 그 주인으로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가 더 관건인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