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유행열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의 성폭행 사건 피해자와 가족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징계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정효진 기자
6·3 지방선거 출마를 준비하는 유행열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이 자신에게 40년 전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한 A씨에 대해 ‘거짓 미투’ ‘정치 공작’ 등이라 비난한 것은 ‘2차 가해에 해당한다’고 더불어민주당 젠더폭력신고상담센터가 판단했다. 그러나 충북도당 고문단이 비슷한 취지로 한 기자회견은 유 전 행정관의 2차 가해로 인정하지 않았다.
10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 젠더폭력신고상담센터 심의위원회는 지난 9일 유 전 행정관이 언론 인터뷰와 단식 농성 과정에서 한 발언이 A씨에 대한 2차 가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심의위는 “유 전 행정관의 발언이 피해자의 문제 제기를 부정하거나 왜곡하는 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봤다. 앞서 A씨 측은 지난달 26일 민주당 중앙당 윤리심판원에 유 전 행정관이 2차 가해를 하고 있다며 징계청원서를 제출했다.
유 전 행정관은 지난달 23일 충북 청주시청 기자실을 찾아 “가짜 미투는 이미 법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정리된 사안”이라며 “2018년 미투 의혹 제기 후 경찰의 무혐의 처분을 받았음에도 선거철이 되니 거짓 선동이 되살아났다”고 주장했다. 유 전 행정관은 최근 11일간 이 같은 주장을 하며 충북도당 당사에서 단식 농성을 진행했다. 같은 달 25일엔 민주당 충북도당 고문단 소속 25여명이 도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공작 세력으로부터 민주주의와 충북 민주당을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심의위는 A씨가 함께 신고한 민주당 충북도당 고문단 소속 회원들의 기자회견은 유 전 행정관의 2차 가해 행위로 인정하지 않았다. 유 전 행정관의 직접적인 지시나 주도 사실을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지난 9일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유행열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의 성폭행 사건 피해자와 가족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징계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정효진 기자
A씨는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미투 운동이 일어나자 ‘1986년 유 전 행정관으로부터 산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민주당에 신고했다. 이에 민주당 젠더폭력대책특별위원회는 조사 결과 보고서에서 “신고 사실이 매우 구체적인 점, 신고인(피해자)의 일관된 진술 태도 등을 고려하면 신고 사실은 진실이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판정했다. 유 전 행정관은 청주시장 예비후보에서 자진 사퇴했고 민주당은 징계 등을 하지 않았다. 유 전 행정관은 오는 6·3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청주시장 예비후보로 다시 출마했다.
유 전 행정관은 2021년 자신의 명예훼손 소송 무고 혐의에 대해 경찰이 내린 불송치(무혐의) 결정을 근거로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당시 불송치 결정서에서 “성폭행 피해 진술 내용과 제출된 증거들로 봤을 때 고소인의 진술이 허위라고 보긴 어렵다”면서도 “피해자의 미투에 대한 의문점 해소를 위해선 성폭행 피해 사실의 진위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직접적인 증거가 필요하지만 30여년이 지난 현재 그 증거는 발견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유 전 행정관은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센터의 2차 가해 결정은 잘못된 것”이라며 “1차 가해가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어떻게 2차 가해로 규정하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비위 유행열을 공천에서 배제하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붙어 이를 정치 공작이라고 말한 것이지, A씨를 특정한 적이 없어서 2차 가해가 아니”라고 했다. 앞서 유 전 행정관은 이러한 취지가 담긴 소명서를 센터에 제출했다.
유 전 행정관은 지난달 민주당 충북도당 청주시장선거 예비후보자 자격심사위원회에서 정밀심사 대상자로 분류됐다. A씨 측은 지난 9일 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이 이미 8년 전 인정했던 성폭력 사실에 대해 당시 즉각적인 조처를 했다면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다시 입증해야 하는 지금의 과정을 겪을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며 “유 전 행정관을 즉각 징계하고 공직 후보에서 배제하라”고 요구했다. 유 전 행정관에 대한 징계 여부는 이후 충북도당 윤리심판원에서 심의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