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상생을 실천하는 기업인과의 대화’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의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다. 국정 지지율이 상승 추세를 보이며 최근 미 외교전문지 디플로맷은 ‘새로운 유형의 대통령’이라고 표현했다. 오는 30일 취임 300일을 앞둔 이 대통령의 독특한 리더십에 대해 정치학자와 정치평론가의 의견을 들어봤다.
정치 전문가들은 이 대통령 리더십을 ‘일 중심형’ ‘행정가형’으로 규정했다. SNS를 통해 현안에 대해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점도 역대 대통령들과 다른 특징으로 지목했다. 대통령 개인기에 의존하는 1인 집중 리더십은 타협과 조율을 통한 국가적 어젠다 해결에는 독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이 대통령의 리더십을 공통으로 ‘성과 중심형’ ‘문제해결형’ ‘행정가형’이라고 진단했다.
정치 컨설턴트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는 “고담준론보다 문제 해결을 중시하는 문제해결형 리더십”이라며 “부동산 문제와 같이 기득권 저항이나 과거 프레임에 매몰돼 우리가 풀지 못했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가지고 또 해결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기초단체에서부터 해 왔던 행정을 잘 알기 때문에, 일을 어떻게 꾸미고 진행해 완성할지를 아는 일머리가 있는 대통령”이라며 “대통령이 되면 어젠다를 어떻게 끌고 가겠다는 구상이 있었기에 일머리와 결합해 시너지를 낳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완 시사평론가는 “비슷한 유형의 대통령을 찾아보기 힘든,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라며 “부동산, 원전 신규 건설의 사례를 보면 사람들이 정책에 대한 찬반을 어느 정도 갖고 있기 마련인데, 이 대통령은 전형적인 노선과 다른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했다”고 했다. 그는 “디테일에서 정곡을 훅 찔러 들어가는 식으로 다른 사람들이 반박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논리를 끌고 가 결과를 만드는 능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국민 직접 소통도 두드러진 특징으로 꼽혔다.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통령이 엑스로 시도 때도 없이 현안에 대해 왈가왈부한다는 식의 비판이 있기도 한데 이는 너무 고전적인 것”이라며 “부동산, 주식시장, 관세, 기름값 등 이슈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은 21세기 유튜브 시대에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그에 걸맞은 대통령의 리더십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여론조사기관 STI 박재익 책임연구원은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주인공 엄흥도에 빗대 “마을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호흡하는 촌장처럼 이 대통령 리더십의 외형적 특징도 권위주의의 장막을 걷어낸 직접 소통에 있다”면서 “전임 정부들이 특정 이념이나 정치적 명분이라는 궁궐 논리를 앞세웠다면, 이 대통령은 삶의 현장에서 소통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준한 교수는 “SNS 활용, 부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 공개 등을 적재적소에 활용해 여론을 움직여 어젠다를 끌고 가고, 정당정치·의회정치와 차별화할 수 있는 활용 능력도 일머리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유승찬 대표는 “우리 정치가 양극화돼 가며 대결 정치로 일관하고 있는 것에 비해, 이 대통령의 SNS 소통은 꼭 풀어야 할 정책 어젠다에 집중함으로써 바람직한 의제 형성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리더십의 ‘동전의 양면’을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통령 1인 독주 체제나 만기친람형 리더가 갖는 위험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슈 대응에 집중한 나머지 큰 국가적 어젠다나 사회적 대타협이 힘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위에서 기침하면 아래에서 폐렴이 될 때도 있다”면서 “이 대통령 리더십이 보여주는 능숙함은 역대급이지만 개인기에 지나치게 의존하기보다 참모들이나 부처에 의해 시스템으로 돌아가도록 하기 위한 여백을 남겨 둘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박재익 책임연구원은 “국정 대소사를 직접 살피는 만기친람이 리스크일 수 있다”면서 “실용주의는 필연적으로 당장의 성과에 몰두할 수밖에 없는데 장기적인 인내와 양보가 필요한 사회적 합의를 만드는 데 정치 자산이 충분히 사용되는 것 같지 않다”고 했다.
유승찬 대표는 “지나치게 대통령이 모든 문제를 주도하는 인상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각료들이 따라올 수 있도록 좀 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면서 “계속 발목을 잡는 것으로 느껴질 수 있는 정치권과도 더욱 소통을 늘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서정건 교수는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장관들을 혼내는 일이 있는데 국민에게 일시적인 만족감을 줄 수는 있지만 임기가 지날수록 3인칭 관찰자 시점처럼 얘기하느냐는 비판이 생길 수 있다”면서 “개혁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어젠다 몇 개에 집중해 이재명 시대 삶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큰 그림을 그리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대통령 리더십이 당·청 관계, 지지층의 분열에서 도전을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성완 평론가는 최근 합당 논란·검찰개혁 입장 등과 관련해 “아직 파열음까지는 아니지만 세력 내에 갈등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며 “자칫 그릇이 깨져 지지층 일부가 떨어질 수 있는데 대한 걱정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재익 책임연구원은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설 순 없지만, 국정을 뒷받침하고 때론 선도하는 여당의 역할 강화를 통한 생산적인 당·청 관계에 이 대통령이 내세운 6대 구조개혁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