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언론 <토끼풀>은 왜 헌법소원 냈을까?
청소년 언론 <토끼풀> 편집장인 문성호씨가 지난 2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미성년자 발행인·편집인을 제한하는 신문법, 잡지법 조항 헌법소원 청구’와 관련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기자도 편집장도 청소년인 언론이 있습니다. 서울 은평구 중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청소년 독립언론 <토끼풀>입니다. 정치·사회 이슈부터 교복·학생인권조례 등 교육현장 이슈, 학생들이 즐기는 게임까지 다양하게 다룹니다. 2024년 기후동행카드에서 청소년이 배제된 문제를 보도해 서울시 정책 변화를 끌어낸 경험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윤어게인’을 자칭하는 또래 학생과의 인터뷰로 화제가 되기도 했고요.
그런데 <토끼풀>은 언론으로 인정받지 못합니다. 미성년자는 편집인·발행인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한 현행법 때문입니다. 형사처벌을 받을 위험도 있습니다. <토끼풀> 기자들이 지난달 24일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한 이유입니다.
이들은 청소년이 자유롭게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사회가 건강해진다고 말합니다. 날로 심각해지는 ‘청소년 극우화’를 두고도 당사자로서 할 말이 많습니다. 주간경향이 문성호 <토끼풀> 편집장을 지난 2일 만났습니다.
헌법재판소에 찾아간 토끼풀
<토끼풀>은 2024년 4월 서울 은평구 한 중학교 동아리로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중·고등학생 기자 30명이 활동하는 지역 독립언론으로 성장했습니다. 학생들이 사회 이슈에 목소리를 내는 걸 불편해한 어떤 중학교가 신문을 압수하자, 신문 1면을 비우는 ‘백지 발행’으로 항의하기도 했습니다.
취재도 하고 종이신문도 만드는데, <토끼풀>은 언론으로 인정받지 못합니다. 현행법상 신문·잡지·인터넷신문 등의 책임자(편집인·발행인)가 미성년자인 경우 정기간행물로 등록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등록을 하지 않고 정기간행물을 내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가능합니다. 신문법상 신문으로도 등록할 수 없습니다.
그 때문에 <토끼풀>은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일단 등록 정기간행물이 받을 수 있는 ‘우편료 50%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없죠. 후원과 구독료로 운영되는 <토끼풀>에 매달 50만원가량의 우편 발송비는 큰 부담입니다. 취재원과 갈등이 생겨도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을 할 수 없으니, 조정 없이 바로 소송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큽니다. <토끼풀>이 헌법소원을 제기한 이유입니다.
문성호 편집장은 “미성년자에게 술·담배를 판매하면 안 된다는 것은 청소년 건강에 유해하다는 연구에 근거해 만든 법이라 차별로 볼 수 없지만, 청소년의 언론 등록을 원천 봉쇄하는 건 합당한 이유가 없다”고 했습니다. 그는 이어 “부모님이나 성인 후원자를 발행인·편집인 자리에 세울 수도 있지만, 그분들은 본인이 쓰지 않은 기사에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고, 청소년 언론이라는 목적도 퇴색될 수밖에 없다”고 했어요.
지난달 2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청소년 독립언론 토끼풀 주최로 열린 신문법 잡지법 헌법소원 청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기타 연주룰 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2012년에도 같은 내용의 헌법소원이 있었습니다. 당시 헌재는 “미성년자는 판단 능력이나 결정 능력,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완수할 능력이 부족할 개연성이 높다”며 현행 법 조항을 합헌으로 판단했습니다. 문성호 편집장은 “성인들이 만드는 언론도 충분히 사회에 심각한 위해를 끼치고 있다. (음모론을 보도하는) <전한길뉴스>나 <스카이데일리>와 같은 언론도 있다”며 “청소년 언론을 언론으로 인정해주는 것 자체로 사회에 위해를 끼치지는 않을 것이고, 만약 그런 청소년 언론이 있다면 오히려 법의 테두리 안에서 관리를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해로운 무균실’의 역설
청소년이 정치·사회 이슈를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문성호 편집장은 말합니다. “학업 압박이 심할수록, 거기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청소년들이 주변을 둘러싼 사회·정치 문제에 관심을 갖고 의견을 낼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토끼풀>은 ‘청소년 극우화’를 막는 길도 거기에 있다고 봅니다. 또래 청소년들을 친구로, 취재원으로 만나면서 더 확신했습니다. 문성호 편집장은 “지금 10대는 골방에서 스마트폰으로 극우 콘텐츠를 소화한다”며 “윽박지르거나 무조건 하지 말라고 할 게 아니라, 우선 학교 공간으로 끌어내 토론하고 대화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문성호 편집장이 국민의힘의 ‘선거권 연령 하향’ 주장을 반기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그는 “청소년들이 정치적으로 보수화·극우화됐다는 판단으로 제안한 것 같다”면서도 “선거를 치른다면 당장 대화와 토론이 시작될 수 있고, 극우화에서 벗어날 계기도 마련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훈계와 금지보다는 자유로운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 <토끼풀>만의 생각은 아닙니다. 주간경향이 1년 전에 만난 10대들도 같은 말을 했습니다. 정치·사회 이슈 이야기는 꺼내지조차 못하는 ‘무균실’ 같은 교실에서 극우 세계관이 자라난다는 이야기입니다. 한 학생은 “계엄령이 잘못됐다고 말하면 주위 모든 어른이 ‘정치는 나중에 커서 하면 된다’면서 입을 막는다”고 했습니다.
선생님들도 이른바 ‘정치적 중립’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분위기가 답답하긴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학교가 생활규정을 통해 학생들의 집회 참여나 단체 가입을 금지하기도 합니다. 어쩌다 수업 중에 정치·사회 현안 이야기가 나오면 민원을 넣는 학부모들도 많고요. 적극적인 탈정치야말로 사실 가장 정치적인 행동이라는 점에서, 이런 분위기는 분명 모순적입니다.
청소년을 정치·사회적 인식을 갖는 동료 시민으로 인정하지 않는 현실. 미래 세대에게 좋은 일은 아닐 겁니다. “청소년 언론은 학교가 해야 하지만 하지 않는 민주시민교육의 현장”이라는 문성호 편집장의 말이 더 무겁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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