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의 건물 모습. 한수빈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대상 외국인 범위를 영주권자 등에서 더 늘릴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정부에 전달했다. 소비쿠폰 지원 대상에 해당하지 않은 이주민 약 160만명 역시 지역 사회 구성원으로 여겨야 한다는 취지다.
인권위는 11일 “민생회복 소비쿠폰 정책과 같이 경제 상황 극복을 위한 지원금 사업을 추진할 때 지급 대상 외국인의 범위를 점진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난 1월 행정안전부, 재정경제부,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의견 표명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7월 15만~45만원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면서 외국인은 대상을 영주권자, 결혼이민자 등으로 한정했다. 진정인들은 이주노동자 등 장기체류 외국인도 국내에서 경제활동을 하고 세금을 내는 만큼 쿠폰이 지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민생쿠폰 지급 범위’는 정부의 재량권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진정은 기각했다. 다만 ‘정책 개선’은 필요하다고 봤다.
인권위는 경기 침체로 인한 어려움은 국적을 불문하고 각 지역에 사는 모든 주민에게 실질적으로 비슷한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또 경제 위기에 한국인보다 제도적 보호와 사회보장 체계에 대한 접근성이 낮은 이주민이 권리 보장의 사각지대에 놓일 가능성이 더 크다고도 봤다.
인권위는 “이주노동자 역할이 점차 확대돼 가는 중, 경기 부양을 목적으로 하는 지원 정책에서 이들을 과도하게 배제하면 사회적 형평성과 공동체 연대를 약화할 우려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실제 쿠폰이 지급됐을 때 SNS에 ‘인증’ 글을 올렸던 외국인에게 ‘악플’이 달리기도 했다. 인권위는 “2025년 8월 기준 한국에는 200만명 이상의 외국인이 장기간 체류하며 소득세, 부가가치세 등을 내면서 국가 재정과 경제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며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연대와 공동 책임을 공유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이 설계돼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