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시행 첫날인 지난 10일 서울 세종로에서 열린 민주노총 투쟁 선포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노란봉투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 시행 첫날인 10일 원청 기업을 상대로 하청노동자들의 단체교섭 요구가 잇따랐다. 이날에만 전국 하청노조 407곳이 원청 221곳을 상대로 교섭 요구에 나섰다. ‘진짜 사장’의 책임을 강화하고,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남발을 제한하는 노란봉투법의 입법 취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노사정이 상생의 틀을 여는 데 머리를 맞대야 한다.
11일 고용노동부 집계 결과 교섭을 요구한 407개 하청노조 중 357곳이 민주노총 소속이었고, 42곳이 한국노총 소속이었다. 은행권 콜센터·대학 청소노동자 등 다양한 하청노조들도 교섭을 요구했다. 이 중 교섭 의지가 있어 이를 공고한 사업장은 한화오션, 포스코,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경기 화성시, 부산교통공사 등 5곳이다. 주요 기업과 공공기관·지자체가 교섭 뜻을 밝히며 역사적 첫걸음을 뗀 것은 바람직하다.
법 시행에 따른 산업 현장의 혼란과 경제 악영향을 주장해온 경영계도 태도를 바꿔야 한다. 실질적인 사용자의 교섭 의무가 명확해지면, 오히려 노사 간 갈등을 줄일 수 있다. 현장의 혼란은 하청노조의 교섭 요청보다 실질적 사용자가 책임을 회피할 때 더 커지곤 했음을 경영계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경영계는 과도한 불안만 조장할 게 아니라 교섭에 나서는 것이 순리다.
시행령은 교섭창구 단일화를 원칙으로 하되, 노동위원회가 하청노조의 교섭단위 분리 여부를 30일 이내 판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입법 과정에서 사용자성과 교섭 대상 등을 놓고 노사 간 견해차가 컸던 만큼 노동위원회의 책임이 막중해진 셈이다. 중재자로서 기준을 명확히 밝히고, 공정하게 판정해야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
노란봉투법의 필요성은 최근 하청노동자들에게 전가되는 ‘위험의 외주화’로 더 절실해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정부가 “모범적 사용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공공기관부터 ‘진짜 사장’으로서 모범적인 교섭 모델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노사 역시 책임 있는 자세로 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이 법은 저임금·장시간 노동 속에서 산재가 빈발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개선되는 전기가 될 수 있다. 혹시 모를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법이 안착하도록 하는 것은 노사정 공동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