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특정 음악가와 관련된 일이 부쩍 많아졌다. ‘팝의 왕’ 마이클 잭슨이다. 이유는 분명하다. 지난해 연재한 경향신문 칼럼 ‘반복과 누적’에서 언급했듯 그의 전기 영화 <마이클>이 오는 5월 극장 개봉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클 잭슨을 대표하는 노래를 하나만 꼽기는 쉽지 않다. 그는 인류 음악사에서 히트곡이 가장 많은 뮤지션 중 한 명이다. 인지도 역시 속된 말로 ‘넘사벽’이다. 음악을 잘 모르는 어린 팬이라도 그의 이름은 몰라도 노래를 들려주면 “들어본 곡”이라고 말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이 곡을 빼놓기 어렵다. ‘빌리 진’이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어요.” 인터뷰에서 그는 만난 적도 없는 사람이 여자친구라고 주장하고, 자신의 아이를 가졌다고 말하는 상황을 보며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한두 명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사람들을 총칭해 ‘빌리 진’이라는 이름으로 묘사한 노래가 탄생했다. ‘빌리 진’은 마이클 잭슨의 완벽주의를 상징하는 곡이기도 하다. 기록에 따르면 마이클 잭슨과 프로듀서 퀸시 존스는 이 노래의 믹스를 무려 91번이나 진행했다. 믹스란 보컬·기타·베이스·드럼 등이 녹음된 각각의 트랙을 하나의 소리로 섞어 완성하는 작업을 말한다.
대중음악 역사상 최고의 엔지니어로 꼽히는 브루스 스위디언의 회고가 있다. “어느 날은 마이클이 와서 베이스를 조금만 더 올려달라고 하고, 또 다른 날은 퀸시가 와서는 드럼에 양념을 좀 더 쳐달라고 하고… 결국 믹스만 91번을 했어요. 그러던 중 퀸시가 아리송한 표정을 짓더니 초반에 했던 믹스를 다시 들어보자고 하더군요.” 결국 마이클 잭슨과 퀸시 존스가 선택한 것은 두 번째 믹스였다. “할렐루야! 바로 이거야!”
나는 이 에피소드를 떠올릴 때마다 <오즈의 마법사>가 생각난다. 출간된 지 120년이 넘은 고전이다. 흔히 “모두가 알지만 아무도 읽지 않은 책”을 고전이라고 하지만 이 작품은 예외에 가깝다. 가장 재미있는 고전을 꼽는다면 늘 상위권에 이름을 올릴 게 확실하다. 소설을 넘어 뮤지컬과 영화로도 만들어진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줄거리는 대강 알고 있을 것이다. 집으로 돌아가기를 바라던 도로시는 자신이 신고 있던 구두가 집으로 돌아가는 열쇠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다. 뇌가 없다고 믿었던 허수아비는 지혜로 일행을 구하고, 심장이 없다는 양철 나무꾼은 누구보다 먼저 눈물을 흘린다. 용기를 갈구하던 사자는 무서운 적과 맞서 싸운다. 그리고 도로시 역시 이미 구두를 신고 있었다.
그래, 맞다. 우리는 언제나 ‘무지개 너머 어딘가’를 꿈꾼다. 그러나 그것은 이미 우리 안에 존재한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다만, 그 사실을 깨닫기까지는 어떤 경험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마이클 잭슨과 퀸시 존스는 91번의 시도 끝에 자신들이 찾던 보물이 두 번째 믹스에 숨어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게 마련이다. 지루한 과정을 견디고, 그것을 생각의 도약대로 삼을 줄 알아야 한다. 요컨대 세상에 공짜는 없다.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마이클 잭슨과 퀸시 존스가 처음 의기투합하게 된 것은 한 작품을 통해서였다. 다름 아닌 <오즈의 마법사>의 흑인 버전이자 마이클 잭슨이 배우로, 퀸시 존스가 음악가로 참여한 <더 위즈>다. 과연, 운명적인 만남이란 바로 이런 것이리라.
배순탁 음악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