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유튜버가 재일교포 래퍼 PM케노비의 노래에 한국어 자막을 달아 올린 영상이 최근 화제다. “할아버지 출신 제주도, 나는 가본 적 없지만” “아버지 출신 이쿠노, 빠져나왔지 환경”이라는 정직한 가족 소개로 시작한 랩은 재일교포라는 이유로 교제를 반대하던 여자친구의 아버지 이야기로 자연스레 이어진다.
할아버지가 겪었던 차별의 역사와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혼란을 고백하는 케노비의 손엔 ‘짜슐랭’과 ‘코코팜’이 쥐여 있다. 짜장라면은 한국화된 중국 음식, 코코넛은 한국 땅에서 자라지 않는 열대 과일. 한국 상표가 붙어 있지만 정작 한국의 것은 아닌 이 제품들은 “일본인도 한국인도 아닌 나는 도대체 어디 사람”이라고 묻는 케노비와 닮아 있다.
케노비가 겪는 혼란은 재일교포 3세 유튜버 오오카와상이 제작한 영상 ‘촌파리’에도 잘 드러난다. 영상은 오오카와가 소설 <파친코>를 읽고 기획한 것으로, 제목인 ‘촌파리’는 일본 내 조선인 멸칭인 ‘춍’과 한국 내 일본인 멸칭인 ‘쪽발이’를 합성한 자조적인 단어다.
영상은 마산 출신 할아버지가 수탈과 가난을 피해 일본으로 이주한 뒤, 일본의 패전, 제주 4·3사건, 한국전쟁, 동포 사회의 분열을 거치며 고향을 잃게 된 과정을 서술한다. 차별을 견디기 위해 부동산을 공부하여 일본 사회에 정착한 아버지, 그 아버지의 상처와 직업을 물려받은 오오카와는 역사가 강제한 선택이 가족의 일부가 되어 다음 세대로 이어진다고 말하며, 자신은 영원히 ‘경계’에 머무는 존재임을 담담히 선언한다.
콩고에서 망명한 아버지를 따라 한국에 정착한 방송인 조나단 역시 그 경계 위에서 자신의 언어를 만드는 인물이다. 조나단은 서구의 인종주의를 그대로 학습한 한국 내의 흑인 차별을 포착하고 그것을 유머로 가공하는 코미디언으로, 몇년 전 제작한 <힙합 흑수저>에서 그는 흑인 힙합 가수처럼 머리를 염색하고 이에 ‘그릴즈’를 낀 채 ‘이게 네가 바라는 흑인의 모습이냐’ 물으며 흑인의 신체와 재능을 추켜세우는 기묘한 대상화를 꼬집었다.
최근 선보인 ‘아프리카 TV’는 <힙합 흑수저>의 연장선에 있는 콘텐츠로, 한국에서 한국인으로 자란 흑인 친구들과 함께 일상을 보내는 브이로그다.
콩고 출신 태권도 선수 브라이언, 나이지리아보다 안산 출신이라고 말하는 게 더 편한 파월즈, 완벽한 대구 사투리를 구사하는 미국 출신 제이슨은 밤 10시 이태원 거리를 걸으면서 사람들의 경계심을 늦추기 위해 모두 한 손에 스타벅스 커피를 든다. 흑인이 커피를 들고 있으면 안전해 보인다는 미국의 밈을 활용한 자구책이다. 이들은 흑인은 노래를 잘할 것이라는 편견을 확인하러 노래방에 가지만 모두 음치임이 드러나고, 이태원의 아프리카 음식점에 가서도 메뉴가 무엇인지 몰라 당황한다. 그는 사람들의 편견과 기원에 대한 집착을 연료 삼아, 영원한 타자이자 비주류인 자신의 존재를 긍정하고 ‘경계’의 상태를 자신의 언어로 만들어가고 있다.
사회학자 그레이스 M 조는 저서 <유령 연구>에서 한국전쟁, 기지촌 생활, 미국 이주를 거친 어머니의 삶과 그가 앓았던 정신병을 연구하며 축적된 고통이 현재를 배회하는 상태를 ‘유령’이라 정의한다. ‘조선’이란 중세 국가의 이름을 여권에 새긴 동포, 자신을 설명하기 위해 할아버지의 어린 시절 이야기부터 꺼내야 하는 이주민, 아프리카 대륙에서 삼만리나 떨어진 작은 나라에 정착한 망명인. 이 유령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역사와 사회를 향한 하나의 질문으로 만들며 경계 안의 사람들과 복잡하게 얽히고자 한다.
화면 너머로 보이는 이 유령들의 모습이 우리에게 중요한 이유는, 그들이 우리의 ‘현재’를 흔들기 때문이다. 인간의 삶은 수많은 균열의 역사로 이루어져 있지만, 사람들은 그 진실을 은폐하여 현재를 표백한다. 우리가 외면한 감각을 일깨우는 유령들의 언어는 타인과 나의 삶이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그들의 랩, 내레이션, 웃음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내가 선 땅이 갈라지고 그 땅이 다시 바다가 된다. 아마도 지금껏 세계는 그렇게 만들어져왔을 것이다.
복길 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