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를 막론하고 하루하루 예측 불가능한 일들이 이어지는 어지러운 세상이다. 전쟁, 주가, 환율, 부동산, 각종 수사와 사법개혁, 지방선거까지 뉴스의 홍수 속, 우린 정작 우리 삶에서 중요한 뉴스를 제대로 못 보고 지나쳤는지도 모른다.
바로 오는 27일부터 의료·요양·돌봄서비스를 하나의 체계로 묶은 ‘돌봄통합지원법’ 시행 소식이다. 이에 맞춰 ‘누구나 살던 곳에서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게’ 하겠다는 지역사회 통합돌봄(이하 통합돌봄)도 7년간의 시범사업을 마치고 본사업을 전국에 확대 시행하게 됐다. 통합돌봄은 현재의 병원·시설 등 공급자 중심의 서비스 제공 방식에서 지역사회가 주도해 ‘사람 중심으로’, 개개인의 욕구와 생애주기에 맞춰 필요한 일상, 의료, 요양 등 3축의 돌봄서비스를 끊기지 않게 유기적으로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인간다운 삶으로’ 돌봄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는 정책 대전환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지난 5일 발표한 3단계의 통합돌봄 추진 로드맵(도입기 2026~2027, 안정기 2028~2029, 고도화기 2030~)을 통해 도입기에는 통합돌봄의 기본틀 마련과 기존 서비스 연계에 주력하고, 안정기에는 대상자·서비스 확대와 지역 간 격차 해소를 거쳐, 고도화기에는 더 많은 국민이 더 개선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1인 가구 급증·초고령사회 대비
돌봄통합지원법, 27일부터 시행
재원·인력 등 수행 여건엔 의문
이 대통령, 행정 능력 발휘하기를
통합돌봄은 급변하는 사회 상황에서 나왔다. 2024년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돌봄 수요가 급증하고, 1인 가구도 2024년 기준 처음으로 800만가구를 넘어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6%에 달한다. 돌봄을 더 이상 가족에 맡길 수 없는 구조다. 거동이 조금만 불편해지면 무조건 시설로 가는 것이 아니라 집에서 필요한 돌봄서비스를 받으며 생활하고 싶다는 ‘AIP(Aging In Place·살던 곳에서 나이들기)’ 욕구도 커지고 있다. 이는 세계 노인복지 정책의 보편적 흐름이기도 하다. 영국, 일본, 스웨덴 등은 이미 길게는 수십년 전부터 이 같은 변화에 대비했고, 무게축을 시설에서 재가와 지역으로 옮겨왔다.
전문가들은 통합돌봄을 전면 시행하는 지금이 돌봄의 새판을 짜는 결정적 시기라고 평가한다. 뚜벅뚜벅 조금씩이라도 정책을 확대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느 나라도 1년 만에 성과를 거둔 곳은 없다. 20년 후를 바라보고 가야 한다는 것이다.
2029년까지 추가될 방문영양, 병원동행, 통합재택간호 등 60가지 서비스(통합돌봄 전용 누리집 참고)를 보면 “와 좋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런데 하나하나 살펴보면 질문들이 꼬리를 문다. 과연 가능할까, 돈은 얼마나 들까, 이 많은 일들을 누가 할까, 지역에선 의사 부족이 심각하다는데 하루에 몇집이나 방문진료를 할 수 있을까, 기초지자체들이 이 많은 업무를 다 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사람 중심 돌봄’이라는 정책 철학을 공유하고 시민들에게 적극 알려야 한다는 점, 지역 중심의 거버넌스를 잘 구축해 아낌없이 지원해야 한다는 점, 무엇보다 안정적인 재원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우리와 복지 모델이 비슷한 일본의 ‘지역포괄케어’가 10년 전 소비세를 인상하며 그 인상분 일부로 기금을 마련해 해마다 1조원 이상을 확보(2025년은 1400억엔)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지금 사는 곳에서 누리는 통합돌봄’은 이재명 정부의 123개 국정과제 중 78번째 과제이기도 하다. 최근 이 대통령의 60% 넘는 고공 지지율을 분석한 미국 외교전문지 ‘더 디플로맷’은 높은 지지율의 동력으로 행정적 역량을 꼽았다. 마음먹으면 해내고야 마는 행정력, 추진력, ‘이재명은 합니다’를 사람들은 믿는다.
통합돌봄은 난제 중의 난제다. 여러 주체들이 관여하고, 예산이 많이 들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러나 정치의 본령이 국민의 삶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통합돌봄이야말로 꼭 달성해야 할 목표다. ‘코스피 1만’은 경제적 행복을 주지만, 통합돌봄의 성공은 중장년, 노년, 그들의 가족들이 드러내지 않았던 노후문제에 대한 절박함과 불안을 치유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78번째 과제에서도 ‘이재명은 합니다’를 보고 싶다. 어렵지만 꼭 해야 할 일들에서 보여준 돌파력과 행정 능력을 기대한다.
송현숙 후마니타스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