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짠한형 신동엽 갈무리
정부가 지난해 유튜브 음주 콘텐츠 100건을 모니터링해 99건에서 ‘문제 장면’을 적발했지만, 시정요청은 한 건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유튜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유명인의 ‘술 먹방’은 실효성 있는 제재가 어려워 사실상 제도적 공백 상태에 놓여 있다. 최근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배우 이재룡씨가 사고 얼마 전 ‘짠한형 신동엽’에 출연한 사실이 재조명되는 등 영향력이 큰 유명인 등이 술을 권하거나 음주를 미화하는 콘텐츠 제작에 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음주와 관련된 유튜브 콘텐츠를 규율하는 기준으로는 보건복지부 ‘미디어 음주장면 가이드라인’과 국민건강증진법상 ‘주류광고 규제’ 등이 있다. 하지만 어느 쪽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태다.
우선, 광고가 아닌 일반 ‘음주 콘텐츠’에 적용되는 복지부 ‘미디어 음주장면 가이드라인’은 법적 제재가 없는 권고사항이다. 2023년 개정된 가이드라인은 기존의 ‘음주 장면 최소화’ ‘폭음·만취 자제’ 등에 더해 음주를 과도하게 부각·미화하는 콘텐츠에는 ‘19세 미만 시청 제한’과 ‘음주 경고문구 삽입’을 권고한다. 그러나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2023~2025년 매해 음주 관련 유튜브 콘텐츠 조회 수 상위 100건씩을 모니터링한 결과, 총 300건 중 299건에서 위반 장면이 적발됐다. 복지부는 방송국과 인플루언서·크리에이터 소속사 협회 등과 협업해 콘텐츠 제작 단계부터 음주장면을 줄이겠다고 했지만 이 역시 ‘공수표’가 됐다.
정부는 시정요청도 하지 않았다. 개발원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은 단순 권고 사항에 불과해 법적 강제력이 없다”며 “현행법상 유튜브의 문제 음주장면에 대한 법적 규제가 없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법적 강제력이 있는 ‘주류광고 규제’ 역시 유튜브에서는 한계가 뚜렷하다. 주류광고 규제는 유튜브 영상에 ‘유료 광고 포함’이라는 명시적 표기가 있는 경우에만 적용된다. 연예인이 고가 위스키를 극찬하며 사실상 광고 효과를 만들더라도, 해당 표기가 없으면 단속 대상이 되지 않는다. 표기가 있더라도 실제 제재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 주류광고 제한 규정은 ‘미성년자 모델 기용 금지’ ‘음주 권장·유도 표현 금지’ 등 기준을 열거하는 방식으로 구성돼 있다. 15~20초짜리 짧은 광고와 달리 연예인들이 1시간 가까이 술을 마시며 나누는 ‘맛있다’ ‘계속 들어간다’는 식의 대화까지 일일이 확인해 광고로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유튜브 짠한형 신동엽 갈무리
유튜브에서 가장 대표적인 ‘술 먹방’ 채널로 꼽히는 ‘짠한형 신동엽’의 경우 지금까지 135개의 동영상 중 주류광고 규제 위반으로 단 6건이 적발됐다.
정부도 이런 한계를 인지하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해 11월 ‘음주폐해 감소를 위한 사회적 책임과 규제 정비 방향’을 주제로 포럼을 열고 온라인 중심 주류광고 확산에 따른 규제 보완 필요성을 논의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결론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긴 영상 속에 주류 노출이 몇 차례, 어떤 방식으로 이뤄졌을 때 ‘이건 광고다’라고 볼지 자신 있게 판단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법을 어떻게 고쳐야 할지 검토하고 있지만, 뚜렷한 답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무분별한 유튜브 ‘술 먹방’이 특히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우려한다. 이해국 가톨릭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유명 연예인들이 술을 마시고 즐기는 모습이 청소년에게 음주를 친숙하고 매력적인 행위로 받아들이게 한다는 것은 명백히 확인된 사실”이라며 “이 때문에 해외에서는 유명 스포츠 스타나 연예인들이 주류 광고를 거절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회 수를 쫓을 수밖에 없는 유튜버들의 인식 전환을 기대하기보단 국가가 제도를 정비하고 책임을 묻는 등의 역할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