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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약 500년 전 미켈란젤로는 시스티나 성당 천장에 '천지창조'를 그리면서 얼굴로 떨어지는 물감과 싸워야 했다.

세제가 닿은 부분의 표면장력이 약해지면서 주변의 강한 표면장력이 액체를 끌어당기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와 같은 표면 흐름이 아래로 떨어지려는 액체를 위쪽으로 끌어올리며 중력에 의한 불안정성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실험과 이론을 통해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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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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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를 괴롭힌 ‘떨어지는 물감’···KAIST, 500년 물리 난제 잡았다

입력 2026.03.12 15:23

  • 강정의 기자
  • 기사를 재생 중이에요

‘중력 불안정성’ 제어 원리 규명

소량의 휘발성 액체로 표면 흐름 유도

코팅·3D프린팅·우주 유체 제어 활용 기대

미켈란젤로가 천지창조를 그리는 가상의 연출 장면(AI 이미지). KAIST 제공

미켈란젤로가 천지창조를 그리는 가상의 연출 장면(AI 이미지). KAIST 제공

약 500년 전 미켈란젤로는 시스티나 성당 천장에 ‘천지창조’를 그리면서 얼굴로 떨어지는 물감과 싸워야 했다. 그는 천장화 작업을 두고 “그림이 아니라 고문에 가깝다”고 표현할 정도였다. 국내 연구진이 이러한 ‘떨어지는 물감’을 붙잡는 물리 원리를 밝혀냈다.

KAIST(한국과학기술원)는 기계공학과 김형수 교수 연구팀이 중력에 의해 아래로 쏟아지는 액체 현상의 근본 원인인 ‘중력 불안정성’을 새로운 방식으로 해석하고 이를 제어하는 방법을 제시했다고 12일 밝혔다.

연구의 핵심은 ‘거꾸로 매달린 액체’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방법이다.

천장에 물감을 바르면 표면에 얇은 액체막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중력 때문에 막이 불안정해지면서 물방울 형태로 뭉쳐 결국 아래로 떨어진다.

이 현상은 일상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목욕탕 천장에서 수증기가 맺히면 처음에는 얇은 물층이 생기지만, 시간이 지나면 물방울이 형성돼 떨어진다. 냉장고 내부 천장에 맺힌 물방울 역시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

이처럼 위쪽 표면에 형성된 액체가 중력 때문에 무너지는 현상을 물리학에서는 ‘레일리-테일러 불안정성’이라고 한다. 그동안 이 현상은 중력이 존재하는 한 피하기 어려운 자연 현상으로 여겨져 왔다.

중력에 의해 아래로 쏟아지는 액체 현상의 근본 원인인 ‘중력 불안정성’을 새로운 방식으로 해석하고 이를 제어하는 방법을 제시한 KAIST 연구팀인 최민우 석박통합과정(왼쪽부터)과 전혜준 박사과정, 김형수 교수. KAIST 제공

중력에 의해 아래로 쏟아지는 액체 현상의 근본 원인인 ‘중력 불안정성’을 새로운 방식으로 해석하고 이를 제어하는 방법을 제시한 KAIST 연구팀인 최민우 석박통합과정(왼쪽부터)과 전혜준 박사과정, 김형수 교수. KAIST 제공

연구팀은 거꾸로 매달린 액체에 소량의 휘발성 액체를 섞는 방법을 제안했다. 휘발성 성분이 증발하면서 액체 표면의 농도 분포가 달라지고 그 결과 표면장력 차이가 생긴다. 표면장력은 액체 표면이 스스로를 안쪽으로 끌어당기는 힘으로, 물방울이 둥근 형태를 유지하게 만드는 원리다.

표면장력 차이가 생기면 장력이 강한 쪽이 약한 쪽을 끌어당기며 표면을 따라 흐름이 만들어진다. 이를 ‘마랑고니 효과’라고 한다.

예를 들어 물 위에 후추 가루를 뿌린 뒤 가운데에 세제를 떨어뜨리면 후추가 순식간에 가장자리로 퍼져 나간다. 세제가 닿은 부분의 표면장력이 약해지면서 주변의 강한 표면장력이 액체를 끌어당기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와 같은 표면 흐름이 아래로 떨어지려는 액체를 위쪽으로 끌어올리며 중력에 의한 불안정성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실험과 이론을 통해 확인했다.

실험 결과 특정 조건에서는 액체막이 중력에도 끝까지 유지됐다. 또 일부 조건에서는 액적이 떨어지지 않고 액막이 주기적으로 흔들리는 새로운 현상도 관찰됐다.

연구팀은 이 기술이 정밀 코팅이나 인쇄, 적층 공정에서 얇고 균일한 액체막을 구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울어진 표면에서도 안정적인 도포가 가능해져 3D 프린팅 공정이나 우주 환경에서의 유체 제어 기술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형수 교수는 “그동안 레일리-테일러 불안정성은 중력이 존재하는 한 피할 수 없는 현상으로 여겨져 왔다”며 “이번 연구는 액체의 조성과 증발이라는 자연적 과정을 활용해 외부 에너지 없이 중력 불안정성을 제어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에 지난 1월29일 온라인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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