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진 당시 이태원파출소 순찰1팀장이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청문회에서 위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청문회에서 현장 경찰이 참사 신고가 11건 들어왔음에도 출동하지 않았다가, 뒤늦게 출동한 척 기록을 꾸미려 시도했던 정황이 나왔다. 참사 당시 현장 출동 담당과 상황 담당 경찰이 서로 책임 소재를 미루는 일도 벌어졌다.
12일 특조위 청문회는 ‘11건의 신고에도 경찰이 왜 출동하지 않았는지’를 먼저 따졌다. 증인으로는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과 당시 이태원파출소 순찰2팀장이 출석했다. 참고인으로는 김현권 당시 서울경찰청 112상황실 상황3팀 팀원 등이 나왔다.
청문위원들은 참사 당일 오후 6~10시쯤 총 11건의 신고가 들어왔고 ‘압사’ 등을 언급하는 신고가 있었는데도 현장 경찰이 왜 출동하지 않았냐고 물었다. 신고 출처는 모두 참사가 벌어진 골목 인근에 집중됐다.
이에 대해 당시 이태원파출소 2팀장은 “출동 인력이 부족했다”고 주장했다. 양성우 특조위원이 당일 오후 9시쯤 파출소에 경찰 10여명이 대기 중이었던 화면을 보여주면서 “인력 부족이 이유가 맞냐”고 다시 묻자 2팀장은 “11명의 시민이 신고한 건 경찰 조직에 요구한 것이지 파출소에 요구한 게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대규모 혼잡 경비는 사전 인력 배치가 필요하고, 서울경찰청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용산서에는 참사 당일 오후 8시쯤까지 신고가 여러 건 접수됐지만 ‘압사사고가 우려된다는 신고가 있었다’는 상황이 이 전 서장 등에게 전해지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같은 시간 ‘윤석열 대통령 퇴진 시위에 간첩이 침투해 시위대를 죽게 해서 뒤집어씌우려 한다’는 첩보는 곧바로 전파됐다고 한다.
서울경찰청 측은 “현장에서 상황 보고가 없었다”며 다시 책임을 파출소로 떠넘겼다. 참고인으로 나온 김현권 팀원은 “현장에서 상황 보고를 하지 않으면 서울경찰청에서 상황을 바로 알기는 어렵다”며 “당시 특이하게 이태원 지역에 인력이 많이 배치되지 않았다고는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병철 특조위원이 “그럴수록 더 확인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그는 “현장에 물어봤지만 크게 위험성이 있지 않다고 보고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참사 이후 신고 기록을 변경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태원파출소는 압사 위험 신고에 대해 현장 출동이 없었는데도 ‘강력 해산 조치’라고 출동 보고에 기록했다. 또 참사 관련 국회 국정조사 전에 ‘현장에 출동했다’ ‘이미 통제가 불가능해 보였다’는 등 내용이 담긴 메모를 공유한 사실도 확인됐다. “충분히 준비하지 않으면 직원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 신고자와 통화한 등 기록이 없다면 방법을 찾으려는 것이다. 준비하지 않으면 나중에 직원이 곤란해진다”고 말한 메시지 기록이 정현욱 당시 용산서 112상황실관리팀장에게서 나온 것도 확인됐다.
특조위는 “서울경찰청의 사건 접수와 분석, 모니터링, 용산경찰서의 무전 지령, 이태원 파출소의 출동과 종결 기록 등 네 단계가 동시에 무너진 것”이라며 “규칙, 수단, 인력은 있었지만 의지와 책임은 없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