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을 하다 보면 시간과 돈은 물론 건강까지 잃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도 송사를 멈추지 못하는 건 억울함 때문일 것이다. ‘4심제’ 논란의 재판소원제가 12일 시행됐다. 예상대로 헌법재판소에 사건이 쇄도하고 있다. 1호 사건은 시리아 국적 외국인의 강제퇴거명령 취소 건이다. 청구인은 난민법상 ‘인도적 체류자 지위’를 받았던 시리아 국적 A씨다. 중고차 부품 판매업을 하던 A씨는 불법체류자를 고용한 혐의로 2023년 징역 1년을 선고받고, 정부로부터 추방명령을 받았다. A씨는 추방 조치를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1·2·3심 모두 패소했다. A씨는 “법원 결정으로 헌법상 생명권 및 신체의 자유를 침해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2호 사건은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납북귀환 어부 유족이 제기한 국가배상 소송 사건이다. 형사보상은 6개월 이내에 보상 여부를 결정해야 하지만, 법원은 시간을 끌었다. 유족은 9개월간의 지연이자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유족 패소 판결했다.
대출 사기 등 혐의로 이날 대법원에서 당선무효형이 확정된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재판소원 청구 가능성을 내비쳤다. 양 의원은 “대법원 판결에 기본권을 간과한 부분이 있다면 헌법재판소 판단을 받아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 사법 불신 해소와 기본권 확대를 위해 도입한 제도지만, 한편으론 비리 권력자 구제에 악용되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
수사·기소·재판 등에서 법리를 왜곡한 판검사 등을 처벌하는 ‘법왜곡죄법’도 이날 시행됐다. 수사 대상 1호의 불명예는 사법부 수장인 조희대 대법원장에 돌아갔다. 작년 5월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할 때 형사소송법을 의도적으로 왜곡했다는 것이다. 고발장을 접수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사건을 용인 서부경찰서에 배당했다. 과거 같으면 상상조차 어려운 일이다.
대법관 증원법을 포함해 사법개혁 3법 시행으로 사법시스템이 크게 달라졌다. 취지는 좋지만 적잖은 혼란과 시행착오가 예상된다. 제도가 조기에 안착하고 국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정부와 헌재, 대법원은 후속 조치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법왜곡죄와 재판소원제 도입, 대법관 증원을 뼈대로 하는 이른바 ‘사법개혁 3법’이 공포된 12일 조희대 대법원장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