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서울 중구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2026 하이서울기업지원 사업설명회에서 특강을 하고있다. 이준헌 기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12일 서울시장·충남지사 후보자 공천 신청을 다시 받았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은 신청하지 않았다. 오 시장은 “당이 (국민의힘 결의문) 실행 단계에 들어갈 조짐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혁신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과 인적 쇄신을 후보 등록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다. 오 시장이 장동혁 지도부의 노선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벼랑 끝 전술을 편다는 시각과 함께 불출마 명분을 쌓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공관위는 광역단체장 추가 공천 신청 마감날인 지난 8일까지 오 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가 공천 신청을 하지 않자, 이날 하루 동안 서울시장·충남지사 후보자 공천 신청을 다시 받았다. 김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당이 어려운 상황에 놓였을 때 뒤로 물러서거나 피하는 것은 제가 걸어온 정치의 길과 맞지 않는다”며 공천 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앞서 김 지사는 대전·충남 행정통합 문제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천 신청을 보류했다.
반면 오 시장은 이날도 공천 신청을 하지 않았다. 오 시장은 이날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서울시 행사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공천 등록을 오늘은 못 한다”며 “의원총회에서 노선 전환에 대한 결의문이 채택됐고 이후 실천이 중요하다고 말씀드렸지만, 실행 단계에 들어갈 조짐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오 시장은 지난 8일에도 당 지도부에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 등 노선 변경을 요구하며 공천 신청을 하지 않았다. 이튿날인 9일 국민의힘이 의원 전원 명의로 윤 전 대통령의 정치적 복귀를 반대하는 결의문을 내자, 오 시장은 전날 “국민이 기다리는 것은 가시적 변화”라며 지도부의 실천적 조치를 촉구했다.
오 시장은 장동혁 대표가 이날 후속 조치로 윤리위원회의 추가 징계 논의 중단을 제시한 것을 두고 “그 정도가 노선 변화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혁신선대위 조기 출범과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인적 쇄신을 두고 “기존 노선에 집착을 갖고 있는 구성원들이 있다”며 “그런 상징적인 인사를 두세명이라도 조치를 취하는 모습이 국민에게 전달될 때 비로소 수도권 선거를 치를 수 있는 최소한의 분위기가 만들어진다”고 했다. 오 시장은 이날 오후 송언석 원내대표를 만나 이 중 한 가지라도 실행할 조짐이 있어야 경선에 참여할 수 있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조금만 더 등록할 수 있는 여지를 주시면 그동안 당은 최소한의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변화를 추구하고, (저는) 한 명의 후보자로서 등록하고 열심히 뛰겠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 연임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보고 출마 대신 차기 당권을 노리려는 포석이라는 시각도 있다. 당권파인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불출마를 위한 명분쌓기가 아닐까 눈여겨보는 시선이 있는데 그런 회피는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이에 대해 “선거에 참여할 것”이라며 “최소한 수도권 선거를 치를 수 있으려면 이런 전제는 마련돼야 뛰어들만한 기본 조건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공천 신청 접수 기간을 연장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이정현 공관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관위 논의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오 시장 공천 미신청에 대해 “특별한 입장이 없다”며 “(기간 연장은) 공관위 결정을 지켜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