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 대응·승계 정당성 언급
실제 음성 아닌 앵커 발표로
반정부 매체, 부상 의혹 제기
지난 9일(현지시간) 이란 당국이 미국·이스라엘 공습으로 숨진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차기 지도자로 지명했다고 발표하는 모습이 이란 국영 TV 방송에 나오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선출 나흘 만인 12일(현지시간) 첫 메시지를 내놨다. 순교자들에 대한 복수를 반드시 이루겠다는 강경 대응 기조와 부자 승계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내용이 핵심이었다. 다만 영상이나 음성이 아닌 국영TV 앵커의 대독 형식으로 발표되면서 그 배경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모즈타바는 이날 이란 국영TV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전쟁의 향방에 대한 그의 시각과 이란군에 대한 찬사, 그리고 자국을 공격한 세력에 대한 배상 요구를 밝혔다.
국민을 향해 자신도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임명 사실을 국영TV를 통해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부친이자 선대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에 대해서는 순교 이후 시신을 직접 봤다면서 손이 주먹을 쥔 채였다며 저항 의지를 강조했다. 또 아버지뿐 아니라 아내, 누이, 조카, 처남까지 사망한 사실도 확인했다.
그러면서 “순교자들의 피에 대한 복수는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며 적이 보상을 거부한다면 그들의 자산을 압류하거나 동등한 규모의 피해를 주겠다고 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에 사망한 아버지의 뒤를 이어 지난 8일 이란의 3대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그는 이날 처음으로 대내외 메시지를 발표했다.
이른바 ‘저항 전선’도 치켜세웠다. 예멘,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 그리고 이라크 저항 세력을 언급했다. 주변 국가들에 미군 기지 폐쇄를 촉구했다.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계속 봉쇄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필요하다면 적이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전선도 열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그는 국민 내부의 단결과 연대를 강조했는데,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국민 봉기를 조장하는 발언을 견제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CNN은 “오랫동안 막후에서 활동하다 갑작스럽게 지도자가 된 모즈타바가 이번 메시지로 자신의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면서 “그 방향은 아버지의 노선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분석했다. 휴전 가능성이나 이란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전쟁의 결과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전쟁에서 사망한 이들에 대한 “복수”를 강조했다.
이란 전문가인 아라시 아지지는 “이 메시지에는 개혁에 대한 약속이 전혀 없으며, 아버지의 핵심 정책을 포기할 의사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란 국민에게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거의 주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또 “이 메시지는 위협과 허세로 가득 차 있다”며 “이스라엘을 파괴하겠다는 낡은 위협과 미군 기지를 중동에서 몰아내겠다는 발언 등이 포함돼 있다. 이란 국민과 이웃 국가들 모두에게 끝없는 갈등만을 예고하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독일 국제안보문제연구소(SWP) 소속 이란 전문가 하미드레자 아지지도 “부친보다 더 강경하고 구체적인 어조로 메시지를 냈다”고 평가했다. 그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모즈타바가 이번 성명에서 개인적인 요소를 강조한 점도 눈에 띈다고 평가했다. 모즈타바가 부친을 비롯한 가족을 잃은 개인적 비극을 언급하며, 이란 국민이 겪어온 고통과 자신의 슬픔을 연결했다는 것이다. 하미드레자 아지지는 “개인적으로도 강경한 태도를 유지할 이유가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의도적 메시지”라고 말했다.
반정부 성향 매체 이란 인터내셔널은 초기 공습 당시 부상한 것으로 알려진 그의 건강 상태와 현재 위치에 대한 의문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메시지는 육성이나 영상으로 발표된 것이 아니라 국영 TV 앵커가 읽어주는 방식으로 전달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성명이 지지층을 결집하는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실제로 누가 권력을 쥐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중동 전문가 디나 에스판디아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메시지를 통해 여전히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며 “미국과 동맹국, 심지어 세계 경제가 충분한 대가를 치르지 않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