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영 용산구청장이 1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청문회에 출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이태원 참사 직후 사실과 다른 내용이 담긴 구청 보도자료를 “몰랐다”고 말하다가, 보좌진이 “종이로 전달했다”고 진술하자 “안 읽어봤다”고 말을 바꿨다.
박 구청장은 1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청문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특조위 조사 등을 종합하면 박 구청장은 참사 당일이었던 2022년 10월29일 오후 10시59분에 참사 현장에 도착했다. 구청에는 두 시간쯤 뒤인 다음날 0시50분에 갔다. 그는 약 두 시간 동안 참사 현장에 머무르며 ‘경광봉’을 드는 등 행동을 했다.
박 구청장을 비롯한 구청 직원들은 참사 당일 오후 11시44분부터 다음날 오전 6시35분까지 총 6차례 열렸던 소방재난본부의 상황판단 회의에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 참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박 구청장은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참사 다음 날 냈던 보도자료에서는 박 구청장이 실제 도착한 시간보다 9분 일찍 현장에 도착했고, 오후 11시부터 “긴급 상황 대처에 돌입했다”고 썼다. 실제로는 아직 현장에서 경광봉을 들고 있었을 시간이다.
보도자료 작성은 참사 다음 날 구청 홍보담당실에서 오후 1시35분쯤 완료했다. 같은날 오전 11시43분 언론에서 ‘하루 전 참사의 조짐이 있었지만 구청이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는 취지의 보도가 나오자 이에 대한 대응 성격으로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박 구청장은 허유정 정책보좌관에게 “언론 대응 필요가 있어보인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자 홍보담당관 등은 ‘박 구청장이 사고 현장에 가는 등 최선을 다했다는 점’을 강조해 보도자료를 수정했다.
그런데도 박 구청장은 이날 청문회에서 “‘과장 전결’이라 보도자료에 대해 사전에 보고받거나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문자 특조위원은 허 보좌관이 법정에서 “보도자료를 출력해 대면 보고했고, 구청장이 훑어봤다”고 진술한 내용을 제시했다. 그러자 박 구청장은 “책상에 둔 수준”이라며 “내용을 보거나 한 적 없다”고 말을 바꿨다.
참사 이틀 뒤인 10월31일에도 공문서에서 이런 허위 내용은 반복됐다. 이날 작성됐던 ‘재난안전대책본부 운영계획’에는 “참사 당일 오후 11시에 재난대책상황실을 설치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운영계획은 박 구청장을 비롯해 유승재 전 용산구 부구청장과 담당 국·과장 등의 결재가 돼 있었다. 정 특조위원은 “감사를 대비해서 꾸민 문서 아니냐”고 물었다. 박 구청장은 “실수나 오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