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지난해 6월2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의혹 관련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1심 판결에 이례적으로 항소를 포기해 논란이 됐던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의 항소심 재판이 본격 시작됐다.
서울고법 6-3부(재판장 민달기)는 13일 업무상 배임 등 혐의를 받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정민용 변호사 등 5명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1심에서 전원 실형을 선고받은 민간업자들은 이날 수의를 입고 출석했다. 이들은 항소심에서 대형 로펌 소속 변호인들을 선임해 이날 재판에선 법무법인 태평양, 광장, 화우, LKB평산 등 대형 로펌 변호인들이 법정을 가득 채웠다.
반면 검사 측에선 최두천 부장검사 1명만 출석했다. 최 부장검사는 ‘항소 이유와 관련해 특별한 의견이 있냐’는 재판부 물음에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곧장 자리에 앉았다.
피고인 측은 이날 항소 요지를 진술하면서 혐의를 대부분 부인했다. 핵심 피고인인 유 전 본부장 측은 “형사 책임을 인정한다”면서도 수사기관에서 적극적으로 진술한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줄여달라고 주장했다. 나머지 피고인들은 혐의를 전부 부인하면서 1심 판결을 깨고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 중 일부는 1심 법원이 “이재명이 공모에 가담했는지에 대해선 별도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관련 판단을 유보한 점을 문제 삼았다. 남 변호사 측은 “성남시의 정책적 판단이 배임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인데, 원심은 이재명 대통령 등 사건이 별도로 진행된다는 이유로 사실 판단을 외면했다”며 “공범 여부를 설시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사실관계 판단 자체가 누락됐는데, 이는 피고인의 방어권을 부당하게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은 이 대통령이 경기 성남시장이었던 2014~2015년 택지개발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민간업자들과 성남시가 유착해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는 의혹이다. 민간업자들은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진행된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공사에 4895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 사업 추진 과정에서 성남시와 공사의 내부 비밀을 이용해 김씨 등이 구성한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민간사업자로 선정되도록 공모해 택지 및 아파트 분양수익 등 7886억원 상당의 이익을 가로챈 혐의(이해충돌방지법 위반) 등으로 기소됐다.
1심 법원은 “피고인들이 장기간에 걸쳐 금품 제공 등을 매개로 형성한 유착관계에 따라 벌인 부패범죄”라며 이들에게 징역 4~8년 실형을 각각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당시 재판부는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 재선에 도움을 줬던 민간업자들이 대장동 개발사업의 시행자가 되기를 원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라고 판단하면서도, 실제 이들의 범행에 얼마나 개입했는지는 별도로 판단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이후 피고인 측은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검찰은 항소를 포기했다. 형사소송법상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항소 법원은 1심 판결을 항소인에게 더 불리한 내용으로 바꿀 수 없다. 이에 따라 항소심에서 다툴 수 있는 내용은 1심에서 유죄 판단이 나온 업무상 배임, 범죄수익 은닉, 일부 뇌물 혐의 등이다. 1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와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에 관한 판단은 뒤집을 수 없다.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도 없다.
2심 법원이 선고할 수 있는 추징금의 ‘상한선’도 1심 법원이 뇌물액으로 인정한 약 473억원으로 제한된다. 검찰은 1심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7814억원 상당의 추징을 구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