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1면이 그날 신문사의 얼굴이라면, 1면에 게재된 사진은 가장 먼저 바라보게 되는 눈동자가 아닐까요. 1면 사진은 경향신문 기자들과 국내외 통신사 기자들이 취재한 하루 치 사진 대략 3000~4000장 중에 선택된 ‘단 한 장’의 사진입니다. 지난 한 주(월~금)의 1면 사진을 모았습니다.
■ 바이애슬론 김윤지, 여자 선수 사상 첫 동계 패럴림픽 ‘금’ (3월9일)
김윤지가 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테세로 크로스컨트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밀라노 코르티나담페초 동계 패럴림픽 바이애슬론 여자 개인 12.5km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뒤 환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김윤지가 이탈리아 테세로 크로스컨트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패럴림픽 바이애슬론 여자 개인 좌식 12.5km에서 38분00초1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차지했습니다. 이번 대회 한국의 첫 메달이자 동계 패럴림픽 사상 개인 종목 여자 선수 최초의 메달입니다. 남녀를 통틀어도 금메달은 2018년 평창 대회 크로스컨트리 스키 남자 클래식 좌식 7.5km 신의현에 이어 역대 두 번째입니다. 선천적 이분척추증 척수수막류를 가지고 태어난 김윤지는 여름에는 수영, 겨울에는 노르딕스키를 소화하는 ‘이도류’ 선수입니다.
9일 월요일자 1면 사진은 금메달을 차지한 김윤지가 좌식 스키에 앉은 채 기뻐하는 모습입니다. 흥행에 실패했다고들 하는 지난 동계 올림픽에 이어 개막한 동계 패럴림픽은 매번 그랬지만 더 주목받지 못한 채 열리고 있습니다. 이 사진이 지난주 내내 전쟁 사진으로 도배돼 답답하고 무거웠던 지면 분위기를 조금 전환시키는 것 같습니다.
■ 하늘까지 검게 그을린 테헤란 (3월10일)
8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의 샤흐런 석유 저장소에서 전날 공습으로 인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국제유가가 심리적 저항선인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은 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전 거래일보다 30% 넘게 폭등해 장중 배럴당 119.48달러까지 상승했습니다. WTI가 100달러를 훌쩍 넘어선 것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가가 가파르게 올랐던 2022년 7월 이후 처음입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1490원대로 마감했으며, 코스피지수는 6%가량 급락했습니다.
10일 화요일자 1면 사진은 이란 수도 테헤란의 한 석유 저장소에서 미군의 공습으로 시커먼 연기가 피어오르는 장면입니다. 국제유가 급등이라는 뉴스에 맞춰 고른 사진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고유가는 미국과 세계의 안전, 평화를 위해 지불해야 할 아주 작은 대가”라고 했고, 이에 이란은 “분쟁이 확대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200달러를 넘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정부는 주중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방침을 밝혔습니다. 중동 전쟁으로 ‘석유대란 공포’라는 낯익은 기사 제목을 다시 보게 됐습니다.
■ ‘전란’ 속 ‘혼란’의 입 (3월1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트럼프 내셔널 도럴 마이애미’에서 열린 공화당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이란과의 전쟁에 대해 “우리는 매우 결정적으로 승리하고 있다. 계획보다 훨씬 앞서 있다”며 “곧 끝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군사작전 종료 시점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매우 곧”이라고 답했답니다. 4~5주 걸릴 것이라 했던 기존 입장과 달리 종전 가능성을 언급한 것입니다. 트럼프의 이런 메시지는 유가 급등에 따른 충격과 정치적 부담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그의 발언으로 전날 배럴당 100달러를 훌쩍 넘었던 국제유가는 80달러대로 떨어젔습니다.
1면 사진은 트럼프가 종전을 언급한 날 미 공화당 행사에서 연설을 하는 모습입니다. 트럼프의 입에 전쟁의 ‘시작과 끝’이 달려있고, ‘삶과 죽음’이 달려있고, 시장의 ‘패닉과 안정’이 달려있습니다. 세계 단 한 사람의 입, 저 ‘혼란’의 입에 이 모든 게 달려 있다니…. 사진 속 트럼프의 입모양과 제스처가 “(전쟁이) 쪼~금” 남았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 ‘B-1B 폭격기’ 출격 임박했나 (3월12일)
10일(현지시간) 미 공군 장병들이 영국 글로스터셔의 페어퍼드 공군기지에서 B-1B 폭격기 정비 작업을 하고 있다.(위 사진) 이 폭격기에 탑재할 폭탄들도 준비하고 있다.(아래 사진) 로이터·EPA연합뉴스
이란이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5분의 1이 지나가는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부설하기 시작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CNN은 미국 정보기관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수십 개의 기뢰를 설치했으며 수백 개를 추가로 설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기뢰 제거에는 수주에서 수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기뢰 부설이 사실일 경우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할 것입니다. 트럼프는 소셜미디어에서 “기뢰 설치 보고는 받지 못했지만 만약 그렇게 했다면, 즉시 제거되기를 원한다”면서 “그러지 않으면 이란이 직면할 군사적 결과는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미 중부사령부는 이날 이란의 기뢰 부설함 16척을 포함한 다수의 군함을 격침했다고 밝혔습니다.
1면 사진은 영국 공군기지에서 미 공군 장병들이 출격을 앞둔 B-1B 폭격기를 정비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아래 사진은 폭격기에 탑재할 폭탄을 준비하는 장면입니다. 지면 사진을 챙기는 입장에서 기뢰 혹은 기뢰 부설함 격침 등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나오길 기대했지만, 온갖 주장과 정보들로 생산된 전쟁 뉴스에 비해 뉴스를 뒷받침할 사진은 드뭅니다. 미군이나 미 정부당국에서 이러한 장면들을 내놓지 않는다면, 사실 확인도 쉽지 않습니다. 미국은 막강한 정보 장악력 또한 가지고 있습니다.
■ 이태원 참사 유족 앞에 선 이상민 전 장관…특조위 청문회 (3월13일)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 청문회가 열린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유가족들이 피해자 진술을 들으면 눈물을 흘리고 있다(왼쪽 사진). 이날 특조위 청문회에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증인으로 출석해 있다. 문재원 기자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청문회가 열렸습니다. 참사 발생 전 경찰·소방 등의 예방·대비 태세와 발생 이후 대응·수습 과정에서 발견된 문제점을 밝히고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한 자리입니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전 경찰청장,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 남화영 전 소방청장 직무대리,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이 증인으로 나왔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재판 대응을 이유로 청문회에 불참했습니다.
1면 사진은 청문회장에서 피해자 진술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는 유가족과 증인으로 출석한 이상민 전 장관의 사진을 붙였습니다. 울고 있는 유가족과 반성 없는 이 전 장관의 모습은 참사 후 3년이 지나도 그대로입니다. 이 전 장관은 참사가 일어난 2022년 10월29일 행안부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뒤늦게 구성했다는 지적에 “중대본이 처리해야 할 긴급한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