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일단 가격 하락에 안도한 모습
정부, 석유 최고가 2주 마다 ‘재지정’
최근 큰폭 기름값 변동성에 “일단 가득”
한편에선 “더 하락 가능성, 조금씩 자주”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후 첫 주말인 15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서 차들이 줄을 서 있다. 이날 기름값은 내림세를 이어갔으나 감소 폭은 크게 줄었다.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오전 9시 기준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ℓ)당 1842.1원으로 전날보다 3.2원 내렸다. 경유 가격은 같은 시각 1843.6원으로 4.4원 하락했다. 성동훈 기자
15일 오전 서울 마포구의 한 주유소. 기름을 넣기 위해 자동차들이 줄을 지어 들어왔다. 이 곳의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각각 1825원, 1795원으로 다른 주유소보다 비교적 저렴한 수준이었다.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한 이후 첫 주말인 이날 시민들은 휘발유·경유 가격이 내린 데 안도하면서도 기름값이 또 하루아침에 어떻게 바뀔지 몰라 얼마나 주유할지를 두고 눈치 싸움을 벌였다.
최고가격제는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에 가격 상한선을 설정하는 제도다. 정부는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유가가 급등하자 지난 13일부터 26일까지 정유사 휘발유와 경유 공급가 상한을 각각 1724원, 1713원으로 정했다. 최고가는 2주마다 재지정된다.
주유소에서 만난 시민들은 “기름값이 내려 한숨 돌렸다”고 입을 모았다. 경유차를 모는 김모씨(59)는 “리터당 2000원대까지 올랐을 때는 기름 넣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며 “열흘 전 리터당 1769원일 때 넣고 오늘 처음 주유하러 온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정부가 기름값을 내렸지만 이란 전쟁이 끝난 것은 아니니 일단은 가득 채울 생각”이라고 했다.
최고가격제 이후 손님이 늘면서 주유소 업주들도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다. 서대문에 있는 주유소의 한 관계자는 “기름값이 1900~2000원대일 때 손님이 평소의 20%가량 줄었다”며 “지금은 손님 수가 어느 정도 회복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기름값 변동이 심했던 만큼 필요한 만큼만 주유를 하는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가격 하락세가 충분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름값은 지난 10일 고점을 찍은 뒤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인 ‘오피넷’을 보면,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리터당 1907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15일 1851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경유 가격도 1932원에서 1842원으로 하락했다.
지역별로 보면 휘발유 가격은 서울이 리터당 1865원으로 가장 높고, 대전이 리터당 1813원으로 가장 낮았다. 경유 가격은 제주(1879원)가 가장 높았고 대전(1811원)으로 가장 낮았다.
유가 변동성이 커지면서 이에 맞춰 발빠르게 대응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직장인 오모씨(37)는 “최고가격제 시행 직전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900원대인 곳이 있어 기쁜 마음에 가득 넣었는데, 다음날 1800원대로 떨어졌다”며 “기름값이 다시 오를 수도 있지만 갑자기 내려갈 가능성도 있으니 일단 3만원씩 자주 넣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하이브리드차 소유주인 박모씨(35)는 “그동안 체감하지 못했는데 기름값이 급등하니 하이브리드 차량을 사길 잘했다고 생각했다”며 “자동차를 자주 운전해 최근 유가 관련 기사를 유심히 보고 있는데, 기름값이 더 내려갈 수 있다는 전망도 많아 오늘은 5만원어치만 넣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눈치 싸움은 주유소들 사이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최고가격제 시행 이전에 높은 가격으로 받았던 재고분이 남아있더라도 인근 주유소들이 기름값을 내리면서 이를 따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손님들은 리터당 10원이라도 더 싼 곳에 몰린다”며 “기존 재고 때문에 당장 가격을 내리지 않고 버티던 주유소들도 손해를 감수하면서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